천안 수신면 농장 구제역 ‘양성’
증평서도 의심신고…확산 현실화

(천안·증평=동양일보 최재기·한종수·이도근 기자) 진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인근 증평과 충남 천안으로 확산되며 ‘방역망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천안 구제역 ‘양성’

17일 충남도와 천안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께 천안시 수신면 한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양성’ 판정으로 이어졌다.

이 농장에는 돼지 350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구제역 증상은 농장 내 축사 1개 동에서 사육 중인 104마리 가운데 11마리에서만 나타났다고 천안시 등은 전했다. 당시 이 농장에서 돼지 7마리가 잘 일어서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자 농장주가 방역당국에 신고했으며, 충남도가축위생연구소는 가검물 분석 작업을 벌여 구제역 양성 사실을 확인했다.

최봉 바이러스 유형은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사결과 진천에서 발생한 ‘백신접종 유형(O형)’으로 판정됐다. 이 농장은 지난 10월 30일 종업원들이 구제역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도는 일반적으로 구제역 예방백신을 맞으면 소는 항체 형성률이 95∼96%에 이르지만 비육돈은 50%가 채 안 되기 때문에 O형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급속한 전파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구제역 발생농가와 역학관련이 있는 18개 농가에 이동제한 조처하고 긴급 임상검사에 나섰다. 백신을 접종하기 때문에 방역대는 설정하지 않고, 발생농가와 역학농가를 집중 관리키로 했다. 또 동면과 입장면, 성환읍, 삼룡동 등 4곳에 거점소독소를 설치하고 구제역이 발생한 축사에서 기르던 돼지 104마리를 살처분할 예정이다. 구제역 발생 농장 반경 3㎞(위험지역) 안에는 5개 농가에서 모두 8812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것으로 파악됐다.

●증평서도 의심신고

이날 증평읍 한 양돈농가에서도 새끼돼지 8마리가 죽고, 어미돼지 1마리의 발톱에서 피가 나오는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증평군은 가축위생연구소의 간이 검사에서 구제역 ‘양성’이 나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최종 확진 여부는 18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군은 예방 차원에서 의심증상을 보인 축사에서 사육되던 돼지 31마리를 오늘 중 살처분할 계획이다. 또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주변에 거점소독소를 설치하는 등 방역활동에 나섰다. 이 농가는 4개 돈사에서 돼지 800여마리를 사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이 농장의 경우 진천 발생농가에서 나타난 콧등 수포 등의 증상은 없었다”며 “정확한 감염여부는 정밀검사가 나온 뒤 알 수 있지만, 일단 감염 가능성에 따라 주변지역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천 구제역(O형)이 발생한 지 처음으로 진천 이외의 지역에서 구제역이 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서 16일 진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인접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충북 음성, 충주, 증평과 충남 천안, 경기도 안성 등 5개 시·군의 돼지 농장 전체에 대해서도 백신접종을 지시했다.

천안 농가는 최초 발생지인 진천 A법인 농가에서 13㎞ 떨어져 관리지역(반경 10~20㎞)에 위치하고 있다. 증평은 물론 충남 천안까지 이미 위험지역(3㎞)를 넘어 관리지역 반경까지 구제역 의심신고가 잇따르자 충북의 구제역 방역망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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