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시인 / 논설위원)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스마트폰이 이제는 연령대를 초월해서 모두의 장난감이 됐다. 동창모임에서도 희끗희끗한 머리들을 숙이고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전 같으면 자리에 앉기도 전에 “후래자 삼배”라고 소주잔을 내밀던 모습이 언제부턴가 바뀌었다. 건성으로 손을 내밀거나 대충 눈인사로 때우고 다시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는 진풍경으로 변했다.

손주 사진이나 보려고 장만했다는 스마트폰이 ‘카톡(Kakao-talk)이며 '밴드(band)'며 시샘하듯 이런저런 앱(application)이 깔리면서 ’페이스북(face book)‘에 ’트위터(twitter)‘까지 온통 정신을 빼앗고 있다.

좋은 글, 좋은 영상이라고 주고받는 정보도 넘쳐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겹치고 쌓이다 보면 그냥 무늬만 ‘좋은’ 쓰레기(?)가 되고 만다. 메시지 알림 소리에 모른 체 하기도 찜찜하고 열어보면 역시다. 한 술 더 떠서 ‘폰 세상’의 모범시민이 되려면 적당히 댓글도 달아주고, 리-액션도 해줘야 한다니 적잖은 부담이다.

기왕에 하는 것, 예의를 차린답시고 이것저것 성의껏(?) 봐주다보면 천금 같은 시간은 물론  요금폭탄을 맞기 일쑤다. 요금제도 복잡해서 제대로 이해를 못하면 돈을 떠나서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자신의 생활패턴과 요금체계를 잘 활용해서 쓰는 현명한 사람도 있지만 필자처럼 그 쪽 방면에 아둔한 경우도 있다.

들쭉날쭉한 요금고지서에 고개만 갸우뚱거리던 차에 ‘알뜰 폰’이라는 텔레마케터의 주문에  덥석 물고나서 보니 이 또한 만만히 볼 사안이 아니다. 개통부터 묻고 답하고 녹음하고 확인하기까지 진땀나는 과정이 기다린다.

알뜰 폰은 소위 ‘단통법’이라 불리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에서 비롯되어 금년 10월 1일자로 시중에 정식 선을 보였다.

이동통신사들 간의 단말기 보조금 전쟁이 과열로 치닫자 당국에서 왜곡된 유통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다. 입법취지와는 달리 소비자에겐 “모르면 독”이 되는 숙제만 늘어난 셈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필자와 같이 일부 스마트하지 못한 ‘폰 백성들’은 가입 전에 몇 가지 사안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알뜰 폰’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 수 있다.

첫째:  ‘KT알뜰 폰’은  KT의 ‘알뜰요금제’와는 거리가 멀다.

자체 통신망이 없는 별개의 알뜰 폰 회사가 단지 ‘KT통신망’을 임대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둘째: ‘알뜰 폰’은 대부분 직영 대리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알뜰 폰 단말기를 판매하는 대리점이 가입대행서비스를 해주고 있을 뿐이다. 대리점의 마케팅전화에 낚여서 가입한 경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입한 역순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 통신회사는 알뜰 폰 회사와는 별개라 하고, 알뜰 폰 회사는 개통 국에 물어보라 하고, 개통 국에선 단말기 구입한 판매 대리점과 상의해 보라하고, 판매 대리점은 다시 고객센터에 알아보라는 식이다. 결국 팔 떨어진 3단 로봇처럼 혼자 뒤뚱거리다 지치고 만다.

셋째: 위약금이 없다는 얘기를 단말기잔여금 납부의무가 없다는 얘기로 착각해선 안 된다.

단말기 잔여대금은 종전과 같이 또박또박 내야한다.

갑을관계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혼선이다.

 


기존 통신사 입장에서는 회선을 임대 사용하는 알뜰 폰 회사가 ‘갑’이다. 알뜰 폰 회사 입장에선 ‘갑’이 단말기 판매 대리점이다. 대리점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갑’이다가, 가입 후에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병(病)이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에 앞서 ‘알뜰 폰’도 알뜰하게 써야 알뜰 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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