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올해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줄어들었던 은행 지점이 새해 벽두부터 더 감소할 전망이다.

정년 연장 등으로 고령인력 감축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 입장에서는 심각한 인력 정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대규모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국민·농협·신한 등, 연초부터 점포 통폐합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1월까지 270곳이 넘는 점포를 줄여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영업점 구조조정을 했던 은행권에서 내년 초부터 점포 통폐합 작업이 다시 전개된다.

국민은행은 내년 1월 14개 지점과 3개 출장소, 1개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 모두 18개의 영업점을 통폐합할 방침이다. 지난해 42개 영업점을 폐쇄한 데 이어 이번 통폐합까지 마무리하면 국민은행 영업점은 1142개로 줄어든다.

지난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점포 확장에 나섰던 농협은행도 내년 초부터 점포 통폐합 작업에 들어간다.

수도권과 지방 점포 중에서 수익성이 악화한 영업점 34곳을 내년 초 폐쇄할 방침이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신설하는 19개 점포를 감안해도 총 영업점 수는 1182곳으로 올해보다 15곳 줄어들게 된다.

신한은행은 남대문, 목동, 역삼동, 무교동, 파주 등 서울과 수도권에 걸쳐 총 6개 지점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포 수를 40개 가량 줄인 신한은행은 내년에 영업점이 추가로 줄어들게 된다.

신한은행은 고객의 편의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인근 중복 점포를 통폐합해 영업 채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2월1일을 목표로 통합을 준비 중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점포 통폐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근 지역에 있어 역할이 중복되는 점포는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지점별 영업 성과에 따라 폐쇄할 방침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점포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각각 608개, 346개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각각 27개, 8개 감소한 수치다.

기업은행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체 점포 수를 소폭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전망도

은행 영업점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지점 통폐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의 약 10% 가량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점포당 순이익은 지난 2007년 21억원에서 지난해 6억원으로 수년 새 3분의 1도 못 되는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문제는 지점이 줄어드는 추세에 맞춰 인력도 감축해야 하는데 이를 단행하지 못하면서 인력 정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력 정체가 가장 심각한 국민은행의 경우 팀장·(부)지점장급의 인력 수가 4800여명에 달해 계장·대리급 인력 4100여명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다. 다른 은행도 정도는 덜하지만 심각한 인력 정체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의 한 간부는 "동기 중에서 지점장으로 나가는 비율이 2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인력 정체가 심각하다"며 "은행 내 할 일이 마땅치 않은 50대 인력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시중은행들은 선뜻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점포 당 평균 인력을 12명 가량으로 잡는다면 최근 1년 새 사라진 270개의 점포로 인해 3200명이 넘는 인력이 은행권에서 불필요해졌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을 국정 운영의 제1과제로 내세우는 정부 정책에 맞서기가 쉽지 않은데다,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할 정도로 노령층 일자리에 신경쓰는 사회 분위기상 대규모 명예퇴직 등을 단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권마저 나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일자리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선뜻 나서 인력 구조조정을 할 은행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대규모 명예퇴직 등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은행 간부는 "증권사, 보험사들은 앞다퉈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데 은행들만 언제까지 문제가 없는 척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저금리 등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진다면 결국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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