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확산 속 도내 3곳…1500원대 주유소도 147곳 달해
충북 평균가격은 1662원…일부선 1799원짜리도 ‘온도차’
눈치 보기 ‘착시효과’…유류세 등 이유 “가격인하 힘들어”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강모(41·청주시 흥덕구 모충동)씨는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국제유가 하락 소식이 딴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원유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며 전국에 1400원대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강씨의 동네 주유소들은 1670~1790원의 가격을 이어가고 있다.

강씨 뿐만 아니라 시민들 대부분이 유가하락을 체감하지 못하면서 지역 주유업계가 소비자가격을 제때 반영하지 않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8일 기준 충북지역 보통휘발유 ℓ당 평균가격은 1662.82원으로 전국 평균 1651.12원보다 약 12원 낮았다.

도내에서 휘발유가 가장 저렴한 곳은 충주시 금릉동의 사과나무주유소로 1497원이었다. 전날 최저가를 기록했던 칠금동 롯데마트 주유소는 1499원으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충주시 봉방동 충주주유소도 1499원으로 1400원대였다. 도내 1500원대 주유소도 147곳으로 전날보다 40곳 정도 늘었다. 청주도 오창(통영방면)주유소가 1510원으로 전날 최저가였던 17전비 천성주유소(1549원)를 눌렀다.

이 같은 휘발유 가격 하락에는 국제유가 하락세와 함께 정유사들이 공급가격을 내리기 때문. 정유사들은 휘발유 기준가격을 지난 9일 ℓ당 60원 이상 내린데 이어 지난 16일 40원 이상 더 내렸다. SK에너지는 휘발유를 ℓ당 1625원에서 1577원으로 48원 내렸고, GS칼텍스는 46원 인하한 1574원으로 공급했다.

하지만 충북의 17일 평균가 1663원과 지난 8일 평균 1698원을 비교하면 도내 주유소들은 평균 35원밖에 인하하지 않았다. 정유소 공급가격 인하분의 절반만 소비자가격에 반영됐다고 해석될 수 있다.

실제 도내 최저가 주유소가 있는 충주의 경우 대부분 1600원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최고 ℓ당 1700원 이상에 판매하는 곳도 11곳이나 된다. 특히 한 주유소는 ℓ당 1799원에 휘발유를 팔고 있다. 이날 충주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645원이다.

청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날 1500원대 주유소가 50여곳으로 늘었지만, 시내 주유소 평균 휘발유가격은 1675원이었다.

보은의 경우에는 평균 1691원으로 17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1565원에 판매하는 속리산청원주유소가 보은의 유일한 1500원대 주유소다.

결국 도내 속속 등장하고 있는 1400원대 주유소들은 눈치싸움의 결과로 나온 ‘착시효과’라는 게 지역 주유업계의 설명이다.

한 주유소 사장은 “세금이 절반인 상황에서 주유소 이윤이 이미 바닥이라 가격인하에 한계가 있다”며 “일부는 ‘최저가 주유소’ 광고효과를 노리고 내리고, 또 인근에서 눈치를 보다 가격을 올리고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름 값은 세금과 정유사공급가격, 유통비용·주유소 이윤 등으로 구분되고, 세금은 교통세와 교육세, 주행세, 부과세 등이 있다. 이 중 교육세가 529원으로 고정돼 부가세 등을 제하고도 기름 값에 붙는 고정세금만 834원에 달한다는 것인데, 도내 1600원대 휘발유 가격의 절반은 세금인 셈이다.

지역 주유업계 관계자는 “높은 가격으로 미리 물량은 확보해 놓은 주유소들은 최근 공급가가 떨어졌다고 무턱대고 가격을 내릴 수 없다”며 “다만 주유소 간 경쟁이 벌어지면 도내 휘발유 가격인하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