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무시해 놓고도 부시장에 되레 사과 요구

(천안=동양일보 최재기 기자) 천안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절차를 무시한 채 의회 출석 요구를 해놓고는 이에 불응한 전병욱 천안시부시장에게 사과를 강요해 빈축을 사고 있다.
18일 오전 열린 천안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전병욱 부시장이 출석했다. 공보관실 예산 계수조정에 앞서 공보관 책임자인 부시장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예결위의 출석요구에 따른 것이다.
예결위는 같은 이유에서 전날 17일에도 전 부시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전 부시장은 출석요구의 사유가 분명하지 않고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이에 불응했었다.
이날 주일원(새누리당·천안아선거구) 의원은 전 부시장에게 전날 출석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며 “천안시의회는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시민의 요구에 불응한 것은 중요한 사태”라며 “부시장은 의원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예결위 위원들도 전 부시장에게 출석 불응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이와 관련 전 부시장은 “이번 출석요구는 절차에 맞지 않았으며, 법적 절차를 따른 요구였다면 거절할 명분은 없다. 사과를 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왜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으나, 주 의원이 고압적인 자세로 거듭 사과를 요구하자 부시장은 “사과 한다”고 짧게 답했다.
천안시의회 회의규칙 71조에는 ‘시장 등 관계공무원의 출석은 본회의에서 요구할 수 있으며, 위원회는 본회의 의결로 의장을 경유해 시장 또는 관계공무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17일 예결위의 전 부시장 출석요구는 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며, 예결위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구두로 이뤄진 사안이었다. 사과요구에 앞서 의회 전문의원이 이 같은 회의규칙을 설명했지만 주 의원은 개의치 않고 전 부시장에게 거듭 사과를 요구하는 등 시민을 앞세운 권위적 행동을 보였다. 주 의원은 회기 중 천안야구장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도 법적 근거가 없는 채무 지급 동의안 제출을 공무원들에게 요구해 빈축을 샀다.
또 인치견 의원은 출석 불응에 유감을 표시하며 “천안시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는데 위원회 회의장 밖에서 기다리다가 승인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공무원들은 없더라”고 부시장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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