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본사 상임이사)

 

창밖으로 보이는 겨울나무들이 아름답다. 희끗희끗한 눈 사이, 곧게 뻗은 가지들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인다. 자신을 치장한 온갖 장식을 털어내고 맨몸으로 정직하게 서 있는 저 겨울나무들 때문에 나는 이 계절을 좋아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 생각은 늘 유동적이다.
봄이면 언 땅을 헤집고 작디 작은 꽃을 피우는 풀꽃들 때문에 봄이 좋고, 여름이면 작열하는 태양아래 초록물감이 뚝뚝 떨어질 듯한 짙푸른 녹음 때문에 여름이 좋고, 가을은 말해 뭣하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듯 화려하게 물든 단풍 때문에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고 보니 누가 어느 계절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내 대답은 늘 질문을 하는 그 계절이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나이도 그렇다. 남들은 좀더 젊게 보이고 싶어서 태어난 생년을 밝히길 꺼리지만, 나는 이순이 지난 이 나이가 참으로 편안하다. 그렇다고 지난 세월이 나빴던가 생각해보면, 그땐 그때대로 즐겁고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은 어린 시절대로, 학창 시절은 학창시절대로, 그리고 성인이 된 뒤론 일중독자처럼 일에 매달려 열심히 살아서 후회가 없다. 앞으로 칠십이 되고, 팔십이 되어도 또 나름대로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고, 사는 재미가 괜찮을 것 같은 기대가 있다.
이렇게 생각이 달라지는 나는 주관이 약한 것일까, 아니면 낙관주의자인가. 낙천주의자인가.
세상이나 인생을 희망적으로 밝게 보는 태도를 낙관주의 또는 낙천주의라 하고,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모든 일이 순리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긍정적 믿음으로 사는 사람을 낙관주의자라고 한다. 낙관주의자는 웬만한 어려움은 굴하지 않고 인내할 수 있으며 자존감이 높고 목표에 열중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마틴 셀리그먼 심리학과 석좌교수가 지은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에 따르면 어떤 일에 대한 적성과 동기를 갖추어도 낙관주의가 빠졌다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성공한 사람이 낙관주의자가 되는 게 아니라 낙관주의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의 저서에 의하면 4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낙관주의자의 성취도가 비관주의자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건강면에서도 낙관주의자가 면역력이 더 강하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 또 낙관주의자는 비관주의자보다 창의적이며 실연이나 실직, 파산, 친지의 사망 같은 아픔도 더 쉽게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개인뿐 아니라 조직이나 집단도 비슷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낙관주의자였다.
사람은 날 때부터 낙관주의자, 비관주의자가 구별지어져 태어날까. 아니다. 낙관주의나 비관주의는 자라면서 배운다. 부모의 영향 중에서도 어머니가 예시하는 ‘설명 스타일’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낙관주의자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라고 늘 생각하라. △감사하는 마음을 충만하게 가져라.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뜬다고 생각하라. △잠을 잘 자라. △빨리 용서하라고 권했다.
낙관주의를 영어로는 옵티미스트(optimist)라 한다. 그런데 옵티미스트의 원 개념은 모든 것을 긍정만 하는 낙관주의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옵티미스트는 어려운 환경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행동하는 긍정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탈무드에 ‘세 마리 개구리’ 이야기가 있다.
소풍나온 개구리 세 마리가 우유통에 빠졌다. 첫번째 개구리는 운명을 탓하며 포기를 하고, 두번째 개구리는 우유통을 몇바퀴 돌다가 결국 포기를 하는데 세번째 개구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헤엄을 쳐서 마침내 우유가 버터로 변하자 우유통에서 빠져 나온다는 우화다. 바로 세 번째 개구리가 옵티미스트인것이다.
기존의 낙관주의자들이 현 상황 내에서만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라면, 옵티미스트들은 좋지 않은 상황을 좋은 상황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니까 행복한 삶을 위한 핵심비결은 옵티미스트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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