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몇 달 전쯤인가.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는 책을 읽었다. 스웨덴 유학 중 현지 여성인 황레나씨를 만나 결혼, 아이 셋을 낳고 26년을 스웨덴에서 산 스칸디 대디 황선준 박사(경기도 교육연구원 위원)가 쓴 책이다. 아이들이 크기 전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던 저자의 아내가 “아파트 놀이터가 응달에 있는 나라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살겠냐”며 한국에서 살 수 없다고 했다는 일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저자인 황선준 박사가 청주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18일 그의 강연회가 열리는 충북여성발전센터를 찾았다. 황 박사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운을 뗐다. 부모들도 역시 불쌍하다고 했다. ‘행복’을 강조하고 부르짖는 한국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낮고, 행복이라는 단어조차 잘 얘기하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아이러니함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일과 삶 사이의 불균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사람들은 무조건 일이 우선이고 삶은 뒷전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의 1년 근무 시간은 2200시간이다. 미국이 1700시간, 스웨덴이 1400시간, 독일과 노르웨이가 1200시간인 것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다.

평일은 전투적으로 일에 매진하고, 주말은 휴식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은 일을 해야 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은 훗날을 기약하며 뒤로 밀어 놓는다. 그러나 가족들은 미래에 여분으로 남을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자라고, 부모와의 사이는 더 멀어지게 된다.

스웨덴은 대부분 맞벌이 부부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행복할 수 있고,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유는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때문이다. 모든 직장에 유연근무제가 적용돼 근무시간을 조절해 적절하게 육아를 할 수 있고, 누구나 월급의 80%를 받으면서 480일의 유급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만 1~5세가 다니는 공립 유아학교는 상당히 저렴한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이며, 모든 교육은 무상이라는 얘기까지 들으니 절로 탄식이 나왔다. 아, 부러우면 지는 거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