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남고 1학년 김수지

 

내가 참여하고 있는 보리봉사단은 학교 교육과정 내 동아리 활동뿐만 아니라, 주말이나 방학 중에도 문화재 애호 활동 및 전통문화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시험기간을 피해서 시간이 허락하면 문화재청 및 파라미타 청소년협회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오늘은 청주동헌과 중앙공원에서 문화재 애호활동을 했다. 늦지 않으려고 서둘렀으나 벌써 선배 언니 셋이 먼저 와 있었고, 선생님은 장갑, 수건, 손세정제, 집개 등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상당구청에서 대걸레, 빗자루 등을 빌려주시며 우리의 활동에 대해 격려해 주셨다.

‘청주동헌(淸酒東軒)’은 청주목을 다스리는 관리인 청주목사(淸州牧使)가 공적인 업무를 보는 곳으로, 본래의 이름은 ‘근민헌(勤民軒)’이었으나 구한말 고종 때 이곳에 옮겨 ‘청녕각(淸寧閣)’이라는 현판을 달았다고 한다.

규모는 정면 7칸과 측면 4칸으로 총 28개의 칸이며, 정면을 제외한 옆과 뒤의 벽은 기둥을 제외하고는 문이 벽 역할을 하는 구조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면 문을 고정하는 장식인 걸쇠를 풀어내고 밀면 누각처럼 사방이 트이는 구조로 변신한다.

그런데 대청마루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가운데로 덩그러니 방을 들여놓아 바깥에서 불을 때도록 온돌을 놓은 것이 특이했다.

이 방은 목사가 집무를 보다가 잠시 쉬어야 할 때 잠시 들어가 휴식하거나 손님을 맞는 곳이라고 한다.

일도 일이지만, 편리하고도 공적인 건물 속에서 사적인 생활을 보장해 주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는 것에서 일하는 사람을 배려해 주는 우리 조상들의 인간미가 느껴졌다.

이것도 문을 접은 후 들어 올려 천정으로부터 드리워진 금속 장식에 올려두면 완전히 사방이 트이는 구조가 된다고 한다. 건물은 하나지만 여러 가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성 건축물’로 설계한 점이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지붕은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화려한 팔작지붕 형태이며, 기둥은 권위 있는 관청건물이나 사찰 같은 곳에 사용하는 둥근 기둥을 사용하였고 특이하게 8각 주춧돌을 놓았으며, 엄청난 지붕의 무게를 분산시키는 기능에다 아름다움을 가미하여 기둥 윗부분을 주심포 양식으로 장식하였다.
이 ‘청녕각’이 현재 청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라고 한다.

선생님 말씀이 통합 청주시가 되어서 그런지 문화재 관리 상태가 매우 좋아졌다고 하셨다. 그러나 처음 도착 했을 때 ‘청녕각’의 문틀이며 마루에 먼지가 쌓인 모습이 안타까웠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우리는 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빗자루로 먼지를 떨어내고 걸레를 몇 번씩 빨아 청소하면서 ‘청녕각’이 훼손되지 않고 오랫동안 잘 보존되기를 빌었다.

우리들의 손길로 목욕한 듯 깨끗해진 ‘청녕각’의 모습에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상쾌하게 느껴졌던 오늘 겨우 몇 시간 동안이었지만, 우리 문화와 문화재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된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도 맑고 밝은 가을 햇살이 우리의 문화재에 스미는 것을 느꼈기에 오늘 하루 아주 많이 행복하고 뿌듯하다.

청주동헌이 상당구 청사 뒤편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지만 언제나 외롭지 않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통합청주시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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