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2014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년 초 계획한데로 이루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작 초기에는 나름 원대(遠大)한 계획을 수립하고 목표에 대한 열정으로 벅찬 심장의 고동을 느껴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 품었던 포부(抱負)는 이러저러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어긋나기 시작한다. 결국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말았다.
 혹자는 그래도 목표엔 이르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까지 달성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고 애써 자화자찬한다. 이러한 세밑풍경이 거의 해마다 되풀이되곤 한다. 올 한해는 예년과 다르게 보다 노력하고 정진해서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 보리라 다짐했건만 그러한 결심이 무색하게 참담해 졌다.
 우리는 흔히 여러 가지 일이나 어려움이 많았던 것을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고 표현한다. 글자그대로 2014년은 다른 해에 비하여 어려움이 많았던 한해로 기록될 것 같다. 당초 갑오년은 역동적인 청마의 기상을 닮아 계획한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활력(活力) 넘치는 한해가 되기를 염원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국가적으로는 세월호 사건을 비롯하여 각종 재난 안전사고(安全事故)가 끊이지 않았다. 그 대부분의 사고가 자연재해라기보다 누군가의 잘못과 안전의식 부재(不在)에서 비롯된, 후진국 형 인재(人災)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법규를 고치느니 대책을 마련하느니 요란을 떨지만 근본적으로는 무엇 하나 제대로 바뀐 것이 없다. 시간이 지나고 잊힐 만하면 비슷한 사고가 또 되풀이된다. 이를 두고 국민성이 냄비를 닮아있다고 자조(自嘲) 섞인 푸념을 하기도 한다. 사고는 예측할 수 없지만 충분한 사전 대비를 한다면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그러기에 안전에 대한 적응 시스템을 만들어 수시로 점검을 하는 것이다.
 평소 매뉴얼에 의거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대형 사고는 막을 수 있다. 선진국들은 안전 교육 자체가 생활화 돼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수없이 많은 자연 재해가 발생하지만 우리처럼 인명사고는 극히 드문 편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소중한 인명손실(人命損失)은 물론, 물적 피해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대부분의 대형 사고는 민심이반 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제나 경기환경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심한 경우 관련 산업을 회복불능(回復不能)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요즈음 지역경기가 말이 아닐 정도로 어렵다고들 한다. 심지어 IMF 때보다도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경기는 짧은 시간에 살아나지 않는다. 활성화(活性化)되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역경기가 어려워지면 어려운 이웃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진다. 자연이 그들을 돌아보는 손길역시 소흘해지기 마련이다.
 환난상휼(患難相恤) 이라는 말이 있다. 어려움을 당하면 서로 돕는다는 뜻으로서 조선 후기때 학자 송재경이 1844년(헌종 10) 향약의 내용에 관해 편찬한 4대 덕목 중 하나다. 이러한 전통적 미풍양속도 이제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만큼 세상이 각박해진 것을 반증(反證)하는 것이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인간 삶의 질은 나아지지만 거기에 걸맞게 세상인심은 결코 좋아진다고 볼 수 없다. 도시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른다. 그러다보니 주검조차 상당한 시일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일이 허다하다.
 해마다 세모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등장하고 사랑의 구호 손길을 온도탑을 세워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이 예년보다 못하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소비지출을 먼저 줄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개인이 행복해야만 국가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인데 세상 돌아가는 원리가 항상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2015년 에는 모든 국민이 행복하고 사고 없는 나라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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