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의 독점 협상권을 따낸 메이저리그 구단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드러나면서 같은 리그에 속한 동갑내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물론 강정호 측과 피츠버그 구단의 연봉 협상이라는 중대 변수가 남아 있지만, 피츠버그가 2015달러라는 자투리 금액을 써가면서까지 영입에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류현진을 상대로 유독 약했던 피츠버그가 류현진을 잡으려고 강정호 영입에 나섰을 것이라는 농담 섞인 관측을 내놓을 정도로 강정호는 류현진을 맞아 인상적인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괴물투수' 류현진의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의 꿈을 좌절시킨 것은 바로 강정호의 한 방이었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2년 10월 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 연장 10회까지 마운드에 오르며 10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으로 역투했으나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순위가 거의 확정된 시즌 막판 하위권 팀들이 맞붙었던 이날 경기에서 관심사는 류현진의 대기록 달성 여부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9승 9패를 기록 중이었던 류현진은 이날 승리투수가 됐다면 프로 데뷔 첫해였던 2006년부터 그해까지 7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할 수 있었다.

진작부터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혀왔던 류현진에게는 한국 무대 마지막 등판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류현진의 계획은 1-0으로 앞선 7회 강정호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류현진을 상대로 한 강정호의 통산 성적은 타율 0.167(30타수 5안타), 출루율 0.194, 장타율 0.367에 홈런 1개다. 삼진은 10개를 당했고, 볼넷은 1개를 골라냈다.

객관적인 수치는 높지 않지만 안타 5안타 가운데 3개를 류현진의 한국 마지막 시즌인 2012년에 때려냈다. 2012년 성적은 10타수 3안타에 2루타 2개였고, 홈런 1개가 바로 그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홈런 6위, 타율 5위에 올랐다. 투수를 제외한 주전 야수 8명 중 7명이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피츠버그의 화끈한 방망이도 좌투수를 상대로는 차갑게 식었다. 피츠버그는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상대 득점이 137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29위였다.

좌투수 상대 OPS(출루율+장타율)는 0.691을 기록해 전체 21위였고, 좌투수 상대 장타율은 0.370으로 27위에 그쳤다.

특히 좌완 류현진에게 철저하게 당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2시즌 동안 피츠버그를 상대로 총 3차례 선발 등판했는데, 3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했다.

19⅓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은 15개를 뽑아냈고, 볼넷은 3개만 내줬다. 피홈런 개수는 1개에 불과했다. 눈여겨볼 것은 피츠버그가 최근 두 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정도로 결코 약팀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츠버그는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에서 좌투수 상대 타율이 0.413에 장타율 0.933, OPS 1.498의 강정호 영입에 다가섰다.

한국프로야구 좌투수들을 상대로 한 성적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피츠버그는 강정호에게 좌투수 공략의 첨병에 서줄 것을 어느 정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가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류현진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는 강정호의 선발 출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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