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문책론'까지 거론하자 정부 "동시개편 안해" 하루만에 후퇴

(동양일보) 공무원연금을 넘어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을 내년에 손질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새누리당이 23일 펄쩍 뛰며 진화에 나섰다.

올해 말까지 통과시키겠다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하나만 해도 어려운 판인데 다른 공적연금까지 건드리면 어느 하나 성사시킬 수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게다가 표를 먹고 사는 정당으로서 공무원, 교사, 그리고 전통적 지지층인 군인까지 한꺼번에 등질 경우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설명하기 위한 행사에서 "연금개혁을 국회에서 해야 하는데 우리와 상의도 없이 정부에서 마음대로 그것을 밝히면 되느냐"고 질타했다.

더 나아가 김 대표는 "정부의 무능"이라고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기재부 공무원이 결정되지도 않은 계획을 실수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한 것으로 파악돼 언론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그동안 누적됐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표출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미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를 연내로 못박고 서두르려는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또 당내 일각에서는 어렵사리 추진 중이던 공무원연금 개혁도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문건 유출로 휘청거리면서 청와대 쇄신론까지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지도부는 정부 발표에 발끈하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인책론까지 나왔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에서 "힘들게 공무원연금 개혁도 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숙고하지도 못한 얘기가 밖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여당이 정부 뒤치다꺼리하다가 골병들 지경이다. 반드시 책임자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당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며 전날 발표를 부랴부랴 뒤집었다.

이로써 공적연금을 둘러싼 당정 엇박자는 하루 만에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내년에 공적연금을 포함한 공공부문 개혁안을 쏟아내며 성과를 내려는 청와대와 주요 지지층의 이탈을 우려하는 당 사이의 충돌은 언제든지 재부상할 소지가 크다.

당에서는 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 중진 의원은 "공적 연금이 부실해져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한꺼번에 성과를 내려다가 전선이 너무 넓어지면 공무원연금 개혁조차도 힘들어지는데 전략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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