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자업계 꼴불견 ‘집안다툼’

애플·도시바 등과 소송전 상당 부분 취하

청소기·안드로이드 로열티 소송 등 진행중

IT전자업계가 고소 사건으로 시끄럽다.

국내 양대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 사건으로 맞고소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2012년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2012∼2013년 냉장고 용량 분쟁 등 최근 3년 사이에 세 차례나 민사 소송 또는 형사 고소전을 거듭하고 있다.

첨단 기술 경쟁력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IT전자업계에서는 소송이나 고소전이 비일비재한 게 사실이다. 기술의 진화 속도가 빠르고 수많은 특허가 명멸하는 데다 기술 유출 사건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기업들 간의 협업(콜래버레이션)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가 웨어러블 기기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애플의 전통적 우군인 나이키와 손잡고, LG전자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축하고자 ‘작은 구글’ 네스트랩과 동맹을 맺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OIC(오픈인터커넥티드컨소시엄), 유럽 전자업체 중심의 올씬얼라이언스 등에는 수십개 업체들이 연합군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굵직한 소송 취하 소식이 들렸다.

일본 도시바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올해 3월 제기한 1조1000억원대의 기술유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했다. SK하이닉스가 2억78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하고 소송 취하에 합의한 것이다.

대신 양사는 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인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등 전방위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지난 1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소송 취하와 기술협력 합의 사실을 동시에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협상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사가 향후 협력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한 대목은 비슷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오래전부터 소송 해결을 위해 물밑 접촉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지난 8월 애플과 벌여온 스마트폰 특허 소송 중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진행되는 소송을 전격 취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호주 등 9개국으로 확전된 소송이 미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리된 것이다.

애플은 올해 5월 구글·모토로라와 4년 넘게 벌여온 소송을 접었다. 미국·유럽 등지에서 진행되던 소송 20여건을 한꺼번에 취하했다.

애플이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록스타컨소시엄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와 합의해 소송을 마무리했다. 애플은 노키아, 대만 HTC 등과의 소송전도 종지부를 찍었다.

앞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미국의 반도체 팹리스 업체 램버스가 10년 넘도록 제기한 소송이 다수 계류돼 있었지만, 지난해까지 모두 취하됐다.

‘특허괴물’로도 불리던 램버스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자사 특허만을 고집하기보다는 경쟁업체들과의 메모리 인터페이스나 스마트 센서 개발 등 협력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새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여전히 진행되는 소송도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2월 영국 청소기 업체 다이슨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다이슨은 작년 11월 소송을 취하했고 그 이후 영국특허고등법원은 다이슨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이슨이 소송 취하 이후에도 미디어데이 등을 통해 특허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안드로이드 특허 로열티 소송도 진행 중이며, 엔비디아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관련 소송도 남아있다.

IT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쟁 과정에서 차세대 기술의 주도권을 빼앗기면 리스크가 엄청나게 크다”면서도 “하지만, 소모적인 분쟁보다는 공동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큰 경우도 많아 상당수 소송은 도중에 합의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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