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영동대 교수)

 

미국에서 도시토지이용 규제의 가장 유력한 수단은 조닝이라 불리는 용도지역제였다. 196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조닝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조닝이 이미 도시화된 주거지역을 보호하는데만 초점이 두어지고, 광역적 토지개발이나 장기적 도시관리에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토지세제의 개편, 공공 소유 및 공공관리 개념의 확대, 지역단위 종합개발계획 등이 다양하게 발전되면서 조닝을 넘어서는 토지이용규제의 새로운 수단이 요구받게 된다. 조닝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토지이용 및 관리 기법이 등장하게 된다.
1970년대 초 도시성장관리라는 개념이 학계와 정책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도시 성장의 위치, 속도, 정도 등을 규제하는 토지이용계획의 기법이다. 성장관리는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위해 취해지는 모든 종합적이며, 무분별하고 관리되지 않는 물리적 성장에 대처하는 토지정책수단이라고 이야기된다.
전통적인 토지이용규제 수단은 토지개발의 허용여부를 다루는 데는 효과적이나, 개발의 시기나 비용조달 문제를 다루기에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성장관리정책은 전통적인 토지이용규제수단이 가지고 있는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이기도 하다. 종래의 도시개발정책이 도시라는 그릇이 지니고 있는 용량을 생각하지 않은 채 개발일변도를 지향했던 관리되지 않은 성장이었다면, 도시가 지니고 있는 용량을 고려하면서 단계적이고 점진적이며 지속가능한 관리된 성장을 꾀하고자 도입한 것이 성장관리정책이다.
이처럼 도시성장관리정책은 각종 개발을 적절하게 조절함으로써 성장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는 곳은 개발을 촉진하고, 성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일어나거나 보전이 필요하여 개발의 통제가 요구되는 곳은 기반시설 등의 공급에 맞춰 체계적 개발을 하게 하거나 개발을 유보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도시성장관리는 도시발전의 규제수단이 아니라 건전한 도시발전을 유도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성장이 이루어져야 할 지역을 선택하여 집중하려는 의도와 토지를 집약적으로 이용하고 각종 도시서비스 제공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의 정책에는 도심재생, 복합용도개발, 최소밀도기준, 포용적 용도지역제, 저렴주택 용적률보너스, 도시성장경계 등의 제도가 있다.
성장 억제정책은 성장을 제어하거나 또는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각종 보존지구를 설정하는 수단으로 성장이 이루어져서는 아니 될 지역을 선택하여 규제함으로써 자연 및 도시 환경과 자원보존을 목적으로 한다. 환경적 민감지역 지정, 개발권이양제도, 농지보존 등은 이러한 취지의 제도이다.
물리적 도시성장 속도를 합리적으로 조절하여 폐혜를 최소화하면서 성장에 따른 필수 도시 인프라를 함께 확보하는 취지에는 성장 유보지의 설정, 각종 영향부담금제도, 교통수요관리 등이 해당되는 제도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도시발전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정책에는, 계획단위개발, 중첩용도지구, 서민주택공급 등이 해당된다.
도시성장관리 정책은 단계별 성장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성장에 따른 환경파괴와 기반시설에 대한 과부하를 사전에 방지하고, 도시의 성장을 유도하여 도시발전 및 도시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 도시성장관리는 지역특성을 활용하여 지역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장래 토지이용이나 후손들을 위한 가용토지를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 도시에 성장관리정책을 적극 도입하자. 생태계의 파괴와 환경오염의 예방, 도시개발로 인한 녹지의 감소 및 농경지의 도시용 토지로의 전환 방지, 도시성장으로 인한 교통의 혼잡 방지, 공공부문 비용지출의 축소 및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도시성장관리 정책적 수단은 과밀화된 지역에서의 다운죠닝 실시, 미래 개발수요에 대비한 비축토지 관리, 역사적 환경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지역에서의 보전기능 부여, 주거여건 관리기능 강화, 효율적 성장관리를 위한 행정조직의 시스템 변화 등이 시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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