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교육청이 3월 새 학기부터 초·중·고교 등교 시간을 오전 8시30분 이후로 조정할 것을 일선 학교에 권장하는 내용의 ‘행복 등교 시간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 그동안 암묵적으로 운영되던 0교시 수업을 없애고 등교 시간을 학교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등교 시간 조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59.4%가 등교 시간을 늦추는 것에 찬성했으며 학생 55.9%, 학부모 55.8%, 교사 55.6%가 8시30분 이후 등교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8시30분 등교제의 취지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수면시간을 주고 부모와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연합회와 일부 교육단체에서는 맞벌이 학부모들의 출퇴근에 문제가 생기고 학력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사실 8시30분 등교제는 수십 년간 획일적으로 지속돼 왔던 학교문화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혁신이다. 기대만큼 우려도 큰 이유다. 각 학교는 맞벌이 가정과 교통 여건 등으로 조기 등교를 할 수밖에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책을 꼼꼼하게 마련해 줘야 한다. 도교육청 역시 정책의 당위성을 앞세워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보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실정을 잘 아는 학교장들이 현장의 소리를 듣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맡겨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 제도 도입 취지를 홍보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의욕만 앞서 좌절을 맛봤던 천안고교평준화 도입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제도가 성격은 다르지만 김지철 교육감이 추구하는 충남형 교육정책에는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도 도입을 앞두고 일각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학력저하로 전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아침의 여유를 찾아주는 작은 변화가 충남에서는 어떻게 정착될지 사뭇 결과가 궁금해진다. <정래수>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