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어느덧 내 나이도 덤이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인생을 시계바늘에 비유한다면 서서히 기울어 가고 있는 순해진 오후의 햇살 같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해를 보내고 맞았지만 이렇게 돌아볼 만큼 여유를 갖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큰 잘못 없이 한해를 보내고 또 한해를 맞는다는 것은 그저 평범한 일상의 일인 터였다. 그랬던 것이 어느 때부턴가 아주 심각하게 다가왔다. 가슴이 텅 빈 것처럼 인생에 대한 원초적 허무함부터 죽음에 대한 의문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때로는 심드렁하게 느껴지고 더는 못 만날 것 같은 사람과 이별한 듯 괜히 슬퍼져 눈물이 났다. ‘조지훈’님이 쓴 낙화처럼 꽃이지는 아침이 슬픈 것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산이나 바다에서 해맞이를 한다. 붉은 기운을 가득 머금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지난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면서 힘든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가슴 심연에서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벅찬 설렘으로 새날에 대한 핑크빛 희망을 펼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새해라고 해봐야 계속 이어지는 365일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어제와 오늘이 뭐 그렇게 천지개벽이라도 할 것처럼 달라질 일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신년에 대한 감정은 사뭇 다르다.
 어느 학자는 인간들이 이렇게 주간, 월간, 년으로 시간을 나누는 것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위해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내용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이유야 어찌됐건 지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아마 이러한 감정은 누구나가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어렵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사주셨던 새 책이나 새 옷을 받았을 때, 그것들에서 풍기는 냄새가 너무 좋았다. 흡사 학교 옆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풍겨 나오던 고소한 과자냄새처럼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았다.  
 이렇듯 사람들은 누구나 잊히지 않는 애틋한 기억이 한두 가지쯤 있게 마련이다. 기억은 언제나 비슷한 상황을 맞으면 추억의 영화처럼 스멀스멀 피어난다. 그때마다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감상에 빠진다. 특히 음악의 경우가 그렇다. 낯선 거리를 걸을 때나 처음 맞는 상황에서조차 귀에 익은 음악이나 노래가 흘러나오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정겨워지고 무거웠던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음악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생각이다.
 새해 시무식 때 직원들에게 무엇보다도 건강을 우선하라는 말을 했다. 지난번 직원들과의 약속은 3주 동안 금연을 하는 것이었는데, 모두 금연에 실패했다. 하긴 금연이 쉽다면 누군들 못하겠는가.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건강하다는 것은 질병이나 불구가 아닌 것만을 이르는 좁은 의미의 개념이 아니다. 자신이 건강해야만 가족의 건강도 지키고 나아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은 몸에 병이 나거나 아파야만 필요성이 인식되는 것이라서 모두들 쉽게 잊고 산다.   
 새해는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표어처럼 건강을 제일 목표로 삼아 노력해야 겠다. 더불어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돌아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을 키워보리라 다짐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기만 하고 주는 일엔 인색했음을 반성한다.
 을미년 새해는 생각만하다 그치는 많은 다짐보다, 한 가지라도 현실 속에 실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좀 더 알찬 계획을 세워야겠다. 언제나 그렇듯 타성에 젖어서 시간이가면 당연히 달라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한발 한발 계단을 오르듯 주변 일부터 시작해 봐야겠다. 이제 희망찬 새날이 줄지어 올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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