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us Servorum(종들의 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도 끝에 붙이는 말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구체적으로 암시한다. 종들의 종답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 5일 동안 한국을 방문해서 가는 곳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치유의 손길로 어루만져 주었다. 위안부 할머니들, 밀양 주민들, 강정마을 사람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만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축복해 주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는 위로의 편지를 쓰고 묵주를 보내는가 하면,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며 그들이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였다.
소형차를 타고, 철제목걸이 십자가를 목에 걸고, 교황 전용 빨강 구두대신 검정 구두를 신고, 낡은 가방을 직접 든 소박한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 추상적인 것은 없었다.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해 보일 정도로 구체적이고 실천적이었다.
메시지 또한 아주 구체적이고 선명하였다. 한반도와 대한민국을 향해서는 화해의 키워드를 분명히 전달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정책을 강조하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서는 생명존중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낮은 자세로 배려하고 인정하고 껴안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면서, 한국 사회 전체가 위로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으며 희망을 읽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 따뜻한 모습을 보면서, 배려가 몸에 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5년 교황 선출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를 보면, 그분의 배려심은 손을 먼저 내미는 데서 출발하지 않나 생각된다. 콘클라베(교황선출을 위한 회의)에 참석했던 추기경들도 그분이 먼저 내미는 손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115명의 추기경들이 콘클라베에 참석하였다. 전체 투표자의 2/3 찬성을 얻으면 교황의 자리에 오른다. 3차 투표까지 2/3 득표자가 없으면, 4차 투표에서는 과반 득표자를 교황으로 인정한다. 1차 투표 결과 보수파인 요제프 라징거 추기경이 47표를 얻었고, 진보파인 베르골료 추기경(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은 10표를 얻었다. 이후 보수파와 진보파가 결집하여 2차 투표에서는 라징거 추기경이 65표를, 베르골료 추기경이 35표를 얻는다. 3차 투표에서 라징거 추기경은 72표를 베르골료 추기경은 40를 얻는다. 라징거 추기경이 5표가 모자라서 2/3를 획득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4차 투표에서는 자동적으로 과반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베르골료 추기기경이 가톨릭교회의 안정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결심을 한다. 그는 자신보다 가톨릭교회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휴식시간에 라징거 추기경에게 투표를 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간곡하게 호소하였다. 그 결과 4차 투표에서 라징거 추기경이 84표를 얻어 영광스럽게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자리에 올랐다.                       (<프란치스코>, 위르겐에어비허/신동환,가톨릭출판사)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느 곳에서든 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손을 잡고 먼저 안아주고 먼저 기도하고 먼저 축복해 주었다. 배려는 이처럼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먼저 내미는 손에는 사랑이 실려 있어서 신뢰심이 들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배려를 받는 사람도 사랑에 감화된다.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먼저 마음을 여는 것이다. 마음을 먼저 열고 다가갈 때 타인도 경계하지 아니하고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
<권희돈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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