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에서 지난해 말 시작된 구제역이 무서운 속도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진천에서 발생이 확인된 구제역은 한 달도 안 돼 충남 천안을 거쳐 경기도 이천, 용인, 안성, 경북 안동, 의성, 영천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안성에서는 소에까지 발생해 '구제역 대재앙'이 우려된다. 소는 돼지에 비해 구제역 발생 시 피해가 더 큰 데다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발생 당시 소 15만여 마리를 살처분·매몰했던 뼈아픈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구제역 발생은 당국과 축산농가가 4년전 있었던 구제역 대재앙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거듭 확인해 주었다. 구제역 대재앙 당시에는 전국 75개 시·군 축산농가 6000여 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 약 331만 마리, 소 15만 마리가 살처분 후 매몰됐다. 직접적인 예산만 2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축산물 소비 감소, 가격 상승 등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컸다. 살처분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되는 등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까지 낳았다. 정부와 축산업계는 구제역 대재앙의 교훈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공염불로 끝났음이 이번에 확인된 셈이다.
구제역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예방 백신 접종 제도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데다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가 겹쳐서 발생한 것으로 볼수 있다.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한 진천은 대기업 축산 농장이었음에도 항체 형성률이 충북 지역 평균인 89%에 비해 턱없이 낮은 16%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83%가 넘는 돼지들이 구제역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백신 접종에 비용이 드는데다 접종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소홀히 하고 있음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백신 접종 후 1개월이 지나 도축한 돼지의 87%, 2개월과 3개월 후 도축한 돼지의 각각 80%에서 '이상육' 증상이 나타나 도축 과정에서 이상육을 도려내기 때문에 무게가 줄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접종을 기피하는 원인중 하나다. 이상육에 따른 가격 하락을 보전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철저한 방역으로 구제역의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이다. 농가는 백신 접종, 차량과 외부인 출입 통제 등 방역당국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고, 일반 국민도 소독활동 등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전국 확산을 막을 수 있다. 4년 만에 다시 대규모로 발생한 이번 구제역은 기존의 방역체계를 완전히 새롭게 뜯어고칠 것을 명령하고 있다. 예방 백신 접종 정책으로 정책이 전환했음에도 일선에서는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항체가 형성된 가축의 비율이 턱없이 낮았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큰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접종을 등한시하는 농가도 있었다고 한다. 한 달도 안 돼서 구제역이 충북, 충남, 경기도, 경북으로 확산됐지만 확산 경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구제역 상시 발병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방역체계를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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