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고 김준철 전 명예총장의 동상이 범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해 6일 강제로 철거됐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학교정상화를 내세운 교수회와 동문회·직원노조·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청주대 범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대 이사장과 3대 청주대 총장을 역임한 김 명예총장 동상을 기중기를 동원해 철거했다. 비대위는 탈세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 전 명예총장 동상을 교정에 세월 놓을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비대위의 주장은 합당한 명분이나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학내 갈등으로 야기된 일시적 시류에 편승해 명예총장의 업적을 폄훼하며 동상까지 강제 철거한 것은 대학의 안정보다 혼란을 택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청주대 구성원과 동문들은 김 전 명예총장이 이사장과 총장에 봉직하며 청석학원에 평생을 바친 교육가임을 인정해 동상을 세웠을 것이다. 비대위의 주장대로 김 전 명예총장에게 과(過)가 있을 수는 있지만, 학생 정원 600~700명이었던 청주대를 지금의 충청권 명문사학으로 일군 공로는 인정받아야 한다. 전임 총장의 사퇴이유로 '독선'을 입에 담은 그들 스스로 독선과 전횡에 빠져있는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학교정상화를 내세운 비대위는 지난해 9월부터 청주대의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의 책임을 물어 김윤배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 농성과 본관 봉쇄, 수업거부, 거리시위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협상의 기본이 철저히 무시된 채 군중심리에 편승, 힘으로 자기주장을 관철하려는 비민주적 행태만을 견지했다. 김 총장과 학생들과의 대화하는 자리에서 김 총장은 장시간 감금·억류돼 일방적으로 총장 사퇴를 강요받았는가 하면, 총동문회장이 총장의 멱살을 잡고 폭력을 휘두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학교 본관 점거로 인해 학사행정이 전면 마비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2015학년도 신입생 입학절차가 가까스로 진행됐지만, 하마터면 제때 수시 합격자를 발표하지 못하는 최악의 위기를 맞을 ㅤㅃㅕㄴ 했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을 방관내지 방임 했다는 의혹을 샀다. 학생 없는 교수가 어떻게 강단에 설수 있단 말인가. 교육자로서 큰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김윤배 총장이 비대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퇴했지만 학내 갈등은 풀리지 않고 있다. 비대위는 청석학원 이사회로부터 임명된 황신모 총장까지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김윤배 총장 퇴진만이 대학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창해온 비대위가 또 '대학 정상화'를 내세워 신임 총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나섰다. 대학을 바로잡는 것은 무엇이고, 정상화는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비대위의 이 같은 행태는 ‘제 비위에 맞는 것만 받겠다'는 억지일 뿐, 어떤 명분이나 정당성도 보이질 않는다.
이제 청주대 구성원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신임총장이 제시하는 학교발전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비대위가 계속해서 대화와 타협이 아닌 집단투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대학 정상화'를 가장해 '대학 타도'를 하려한다는 우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