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 옥중수기 북한서 출간…대학생들에 '北 대남지침 내용' 강연

(동양일보) '종북콘서트' 논란을 빚은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황선(41)씨와 재미동포 신은미(54)씨는 문제의 순회 토크쇼 행사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밀입북 전력이 있는 황씨가 국내 수감생활 중에 쓴 '옥중수기'가 북한에서 책으로 출간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8일 신씨의 강제출국을 법무부에 요청하는 한편 황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와 신씨는 작년 11월 19∼21일 전국 순회토크쇼 형식의 행사에서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발언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종북 토크쇼'를 통해 북한을 찬양·고무한 혐의다.

이 행사에서 두 사람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하에 있는 것을 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고, 이적성 짙은 노래도 불렀다고 검찰은 밝혔다. 북한에서 제작된 김정일 찬양 영화인 '심장에 남는 사람'의 주제가를 함께 부른 것이다.

신씨는 이 행사에 참여한 것 외에 다른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조사돼 유죄 처분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기소유예 결정을 받았다.

이적성 행동을 한 점은 있지만 황씨가 주도한 행사에 이용된 측면이 있고 검찰 조사에서는 북한의 권력세습 등을 비판적으로 진술한 점 등이 감안됐다.

반면 황씨는 '종북콘서트' 외에도 많은 행적에서 중대한 위법사항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 중 하나가 황씨의 이적 표현물 보관 혐의다.

1999년에 북한 평양출판사가 펴낸 '고난 속에서도 웃음은 넘쳐'라는 책이다. 이 책은 황씨가 앞서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감됐을 때 동료들에게 편지로 써 보낸 옥중수기를 담은 것이다.

옥중수기에는 '미제가 저지른 만행을 가슴 속 분노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등의 표현이 담겨 있다.

옥중수기가 북한 측에 전달된 경로는 당국이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다만 황씨가 국내에서 전자서적 형태로 쓴 입북기인 '90일간의 북녘 체험, 서울동무 평양친구'에는 북한 측이 옥중수기를 책으로 펴낸 경위를 추측할 만한 대목이 나온다.

입북기에는 황씨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겸 대남 담당 비서인 김용순에게 "남한에서 수감되면 글을 많이 쓰고 싶고, 그 글을 북한에서 발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이력이 많은 황씨가 사법처리된 이후에도 대학생들을 상대로 이적성을 표출해 온 점에서도 혐의가 무겁다고 판단했다.

한총련에 몸담던 시절인 1998년 8월 밀입북했던 황씨는 2000년 11월께 범청학련 남측 본부 대변인 겸 부의장으로 활동했고, 2005년 11월 북한 노동당 창건일에는 임신 상태에서 북한으로 넘어가 출산을 한 적이 있다.

2008년부터 10년간은 이적단체인 실천연대 새정치실현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황씨는 2009년 7월 한국대학생연합이 주관한 행사에서 '한국청년학생통일운동사'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는데, 그 내용에 위법성이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황씨가 강연을 통해 북한 대남혁명지침서인 '주체 한국사회 변혁운동론'과 내용이 유사한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황씨가 이적단체인 실천연대의 논조에 동조한 혐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적단체인 실천연대의 행사에서 사회를 맡아 '주한미군 철수 및 반통일 세력 척결' 등을 주장했고, 실천연대 부설 인터넷 방송에서 북한 기관지인 노동신문의 논설을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황씨는 이적단체 간부로 각종 행사를 주도했고 대학생 등 일반 대중을 상대로 종북세력을 양성했다"며 "종북토크쇼 외에도 시화집 등에서 북한을 찬양하거나 미국을 주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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