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국회출석 지시 거부…인적쇄신론 불 댕길수도

(동양일보) 청와대 김영한 민정 수석비서관이 9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소집된 국회 운영위의 출석을 거부하며 사의를 표명해 신년정국에 파장이 일고 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에 따라 '정윤회 문건' 유출자를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 수석의 출석을 지시했으나 김 수석은 이를 거부하며 사의를 밝혔다.

지난해 9월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이른바 '셀프퇴진' 항명파동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든 항명 사태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파문은 문건파동 이후 고조된 인적쇄신론의 불을 댕기거나 국정구상을 밝히게 될 박근혜 대통령의 오는 12일 내외신 기자회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에 출석하라는 여야 합의사항을 김 실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뒤 "사퇴하겠다. 나는 국회에 가서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수석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출석 지시 이후에 '차라리 사퇴하겠다'고 했다"면서 "비서실장은 '(김 수석) 본인이 사퇴 의지가 명백하고 끝까지 출석하지 않는다면 사퇴시키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국회출석 거부 및 사의표명 배경과 관련해 "문건유출 사건 이후 보임해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본인의 출석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말 그대로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난 25년간 특별한 경우 외에는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돼 왔던 것인데, 정치공세에 굴복해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출석하지 않겠다"며 "다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대검 강력부장 출신인 김 수석은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인사로 지난해 6월 3기 참모진 출범시 청와대에 들어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수석이 여야 합의사항과 김 실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김 수석의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국회 운영위 답변을 통해 "사표를 받고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겠다. 민정수석은 정무직이고 정무직은 해임하는게 최대의 문책 조치"라고 말했고, 민대변인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인사권자에게 해임을 건의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도 김 수석의 사의표명을 보고받은 상황이라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대해 "공직기강의 문란함이 생방송으로 전국민에게 중계된 초유의 사태"라며 "청와대 공직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공직기강 시스템이 붕괴됐다. 근무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김 실장의 약속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무참히 짓밟힌 것"이라며 "여야 합의사항조차 간단히 그 배후가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김 수석의 돌발적인 항명사태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비선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도입 압박과 청와대를 향한 안팎의 쇄신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상당히 유감"이라며 불편한 시기를 드러냈고,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가 합의해 국회출석을 요구했다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자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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