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이 11일 새정치연합을 탈당, 창당을 준비중인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정치인생의 마지막 봉사”며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는 게 그의 탈당 명분이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정권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고,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당이 아니라는 비판도 앞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탈당 명분은 그동안 그가 보여준 정치적 행보를 보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그는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옛 민주당을 선도탈당하며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이 지나 대선 국면이던 2007년 '탈노'(탈노무현)를 표방하며 열린우리당을 탈당, 제3지대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다.
2009년 4·29 재보선 당시에는 공천 갈등 끝에 탈당, 고향인 전주에서 무소속 출마했다가 이듬해 초 복당했다.
이번까지 합하면 4번째 탈당인 셈이다.
그는 탈당할 때마다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이를 들여다보면 스스로 택한 정치적 선택이 정치적 환경 변화에 부응해 국민적 기대와 지지와 신뢰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가뜩이나 분열 양상을 띠고 있는 시점에서 촉발된 정 고문의 탈당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새정치연합 내부적으로도 "대선후보까지 지낸 중량감 있는 인사로서 적절치 못한 행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 고문도 거슬러 올라가면 야당의 현 위기에 책임있는 분 아니냐"며 "더욱이 굳이 전대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차기 당권구도를 흔들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정 고문의 탈당이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고문의 정치적 영향력이 그만큼 쇠락한 데다, 대거 동반 탈당이 아닌 개인적 탈당이라는 점에서도 정치적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는 과거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이 특정 정치인 중심으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파괴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점이 방증하고 있다.
가장 최근만 해도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던 신당세력이 인물난을 겪은 끝에 민주당과 전격 합당을 선언했으나, 이같은 합당 사태가 정치권에 미친 파장은 그리 크지 않았던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 고문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명분을 앞세워 탈당하기보다, 당의 체질개선과 신뢰 회복을 위해 백의종군했어야 마땅하다.
대선 주자까지 지낸 중량감있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래야 옳다.
당내 계파주의에 함몰된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실추된 당의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할 수 있는 정치인생의 마지막 봉사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 고문의 탈당은 정치적 입지를 위한 개인적 선택일 뿐, 국민을 위한 정치적 쇄신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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