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수습" 완료시점 따라 다소 가변적

(동양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야권의 교체요구가 거셌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적절한 시점에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문건파문의 복판에 섰던 비서 3인방의 교체요구는 일축하면서도 김 실장의 거취에 관한 질문에는 "당면한 현안이 많이 있어 그 문제들을 먼저 수습해야 하지않겠나 해 그 일들이 끝나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은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라며 한껏 예우를 갖췄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제 김 실장의 퇴진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대체적인 기류다.

문건파동과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사태를 거치며 김 실장의 리더십이 적지않게 상처를 입었다는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인적쇄신의 강한 요구에 직면한 박 대통령으로서도 김 실장을 껴안고 가는 부담까지 감당하기는 상황이 힘들어졌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과 유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특보단의 신설과 청와대 조직 개편을 언급한 것도 이와 맞물려 김 실장의 자연스러운 퇴진이 가까워졌다는 전망을 낳는다.

그렇다고 해도 김 실장의 교체시점은 아직 불분명하다. 청와대 제2인자의 교체는 아무래도 박 대통령의 향후 정국구상과 무관할 수 없는 사안인데 후임도 마땅치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집권 만 2년인 2월 25일에 즈음해 김 실장의 교체를 위시한 4기 참모진 구성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조직개편과 특보단 구성 등 박 대통령이 회견에서 언급한 과제수행을 마친 뒤 최대한 조기에 물러난다는 것이다.

반면 한편에서는 연금 및 노동시장개혁 등 핵심 구조개혁을 마무리한 뒤 오는 5월에나 돼야 정홍원 총리와 동시에 물러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는 비서실장과 총리 등 투톱의 동시교체를 통한 대대적 인적쇄신의 카드가 될 수 있지만 자칫 장기간 김 실장의 거취 논란이 재연되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적지않다.

야권으로부터 '왕실장'으로 불리며 퇴진공세를 받은 김 실장의 교체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평소 2인자를 두지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실장은 사실상 이 정부의 2인자로 통하는 등 박 대통령의 무한신뢰 속에 비서실을 장악하며 박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대변해왔다.

세월호참사의 여파에도 김 실장이 건재하면서 지난해 6월 꾸려진 3기 청와대 참모진은 그 이전보다 친정체제의 색깔을 더욱 강하게 띠었고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파문을 거치며 불투명한 국정운영의 진원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받은것도 사실이다.

만약 김 실장이 물러난다면 박 대통령이 그 후임으로 어떤 인사를 시야에 넣고 있는지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구조개혁을 힘있게 진두지휘하고 경제혁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국정전반의 컨트롤타워격과, 비서실을 끌어안으며 자신을 조용히 돕는 보좌형 가운데 어느쪽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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