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업장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2일 경기도 파주시 소재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질소가 누출돼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지난달에도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현장에서 질소 가스 누출로 3명이 숨졌다. 가스 누출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면 산업재해 후진국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가스 누출로 숨진 이들은 LG디스플레이와 협력업체 직원들로 장비 유지보수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장은 대형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만드는 진공상태의 밀폐공간이다. 평소 유리판에 이물질이 묻지 않도록 질소로 채워져 있어 사람이 출입할 수 없고, 질소가스가 모두 빠져나간 뒤에야 유지 보수 작업을 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인명피해 규모로 볼 때 안전관리가 철저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업체에게 밀폐공간 내 작업을 지시할 때 공사 전 유해가스 농도측정, 환기시설 가동, 보호구 착용 등 안전규칙을 지켰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밀폐공간 내 질식 사고는 지난 신고리 원전 3호기 질소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일어난 같은 유형의 사고이다. 작업 전 안전작업 절차만 이뤄졌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안전을 그렇게 강조하는데도 산업현장에서 그중에서도 작업 중 가스 누출로 근로자가 질식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는 빈도가 잦은 편이다.
최근 산업현장 안전사고에서 짚어봐야 할 것 중 하나는 대기업의 협력업체 근로자의 재해가 잦다는 점이다. 이번 LG디스플레이 공장 사고에서도 사망자와 중상자는 모두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지난달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현장 사고의 사망자도 마찬가지다. 이에 앞서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누출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고, 같은 해 5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보수작업 중 5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진 사고의 피해자도 모두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대기업 사업장에서 사고가 났을 때 협력업체의 희생자가 많은 이유로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은 하청업체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꼽힌다고 한다. 대기업이 위험한 일을 협력업체에 맡겨놓고는 안전관리에는 소홀하거나 협력업체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해서는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단가로 하도급을 주는 것이 사고를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명과 직결되는 산업현장의 안전에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구분이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위험한 일을 협력업체에 맡겨놓고는 지원이나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해서는 안전이 지켜질 수 없다. 사고가 날 때마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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