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가 네살배기 여아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높은 점수로 평가 인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평가 인증제도가 탁상행정에 그치면서 정부정책의 신뢰성 실추는 물론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대목이다.
복지부의 어린이집 정보공시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작년 6월 100점 만점 중 95.36점의 높은 점수로 복지부 인증을 받았다.
복지부는 상시 자체 점검, 지자체의 확인, 어린이집 근무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가의 현장 관찰, 학계 전문가·공무원·현장전문가 등 3인 1조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담당 부처가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인정한 어린이집에서 아동 폭행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어린이집 평가 인증 체계의 신뢰성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평가 인증 체계 뿐 아니라 보육 교사에 대한 선발 체계와 보수 교육 시스템 등 어린이집 아동 학대 방지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3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확인된 아동학대의 8.7%(591건)는 어린이집이나 아동복지시설 등 아동 양육 시설의 종사자들이었다. 이 중 3.0%(202건)는 어린이집 종사자가 가해자였다.
어린이집 종사자의 아동학대 사례가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보육교사를 선발하거나 이들을 교육하는 체계에는 허점이 많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육교직원 자격증 신청자 중 미교부율은 5%도 안되는 것으로 드러났고,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도 응시자의 대부분이 합격할 만큼 지나치게 쉽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또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원장이 자체적으로 6개월 1회, 연간 8시간 이상 아동학대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결과를 매년 1회 지자체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지만, 각 지자체가 어린이집들이 제대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보육교사 선발 과정에서 기질 자체가 보육교사에 맞지 않은 사람을 걸러내는 장치를 마련하고, 아동학대 교육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
아이를 애정과 관심으로 돌보고 교육하는 헌신적 사명감을 지닌 보육교사를 양성하기 위해선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 또한 개선돼야 한다.
정부의 평가 인증 역시 학부모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아동 폭행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이 폐쇄되기는커녕 정부로부터 우수한 어린이집으로 인증받는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학부모들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소양이 부족한 한 보육교사에 의해 일어난 우발적 사건으로 인식하는 우를 범해선 제2, 제3의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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