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영동대 교수>

 

미국의 저명한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자신의 저서 ‘미국도시의 삶과 죽음’에서, 구도심 쇠퇴의 원인과 도심공동화 현상을, 경제성만을 위한 상업요소 개발계획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도시가 지니고 있는 기능의 다양성과 도시구조의 특성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독일의 도시계획가 미쉘리히는 현대 도시의 비경제성을 비판한다. 유럽도시의 전통적인 복합구조 상실은 도시마다 지니는 특별한 성격을 지워버린 채, 모든 도시를 유사하며 단조로운 도시모습으로 바꾸어버린 데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한다. 복합구조가 상실된 현대도시의 개선방안으로서, 전통적인 복합용도 도시블럭의 보존과, 도심 내 주거기능의 존속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대부분의 도시는 도심 상주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야간 도심공동화, 직주분리에 따른 출퇴근시의 교통문제, 도심주거환경 악화 등 도심부가 쇠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도심 복합용도개발이다. 복합용도 개발은 일정 규모의 부지를 복합된 형태로 개발함으로써, 도심에 생산, 지원, 주거, 물류 등의 다기능적인 도시개발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용도개발은 도심에 여러 기능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심지역에 업무와 상업, 주거, 휴게 등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토지이용의 효율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직주근접 구조의 확립은 통근거리의 단축과 주차장 이용시간대의 분산을 통해 도심의 복잡한 교통환경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대안이다. 도심지역 내에 업무위주의 분위기를 주거중심으로 변모시켜야 하며 거주인의 생활을 위한 근린편익시설의 설치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복합적 상업활성화는 첨단 업무기능을 도심에 수용함으로써 도심 재생에 기여하고 나아가 지역의 상업활성화에도 이바지 할 수 있는 접근방안이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첨단기업들이 정착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도심에 조성되어야 하고, 생산과 교육, 연구, 주거, 편익시설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접목되어야 한다.

도심부 쇠퇴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적 방안의 또 다른 하나는 도심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시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과 역동성에서 찾을 수 있는데, 도심산업에 있어서 쇠퇴부문을 성장부문이 메꾸어 가는 산업구조의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제2차대전 직후의 뉴욕은 제조업 중심으로 편성된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었으나, 이후 서비스업과 금융, 보험, 부동산업이 뉴욕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물론 제조업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패션산업, 무대의상 제조업, 인쇄업은 도심부에 그 존립기반을 두고 성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도심산업의 육성을 통한 도심재생은 지역의 역사 및 상징성을 나타내는 사업, 전통시장의 활성화, 도심주택 재개발, 벤처기업 유치 등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지역의 역사 및 상징성을 수반하는 사업은 과거의 유산위에서 살아 숨쉬는 도심 활성화를 이룩하기 위한 방안이다. 도시의 거리를 특화시킴으로써 과거의 향수를 갖고 있는 지역의 물리적, 기능적인 보전을 통해 지역의 정서를 담은 도심재생이 가능하다.

 


전통시장의 활성화 방안은 도심의 상권을 재생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이며 상업활성화를 모색함은 물론 일반서민을 위한 생활의 터전이 마련된다. 도심주택 도입을 중심으로 한 도심재생은 도심 상주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는 최상의 방안으로 도심과 주변의 노후불량 지역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은 기본적으로 도심 상주인구의 정착을 목적으로 하지만 이는 도심상권을 회복시키는 등 도심 지역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게 되며, 도심 환경의 고양 효과를 크게 증진시킬 수 있다.

벤처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도심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파급효과가 큰 도심재생사업의 일환으로써 넓은 공간이 요구되지 않는 IT산업 등이 적합한 대상이다. 또한 벤처기업 유치는 고부가가치, 고생산의 미래지향적 도시구조로 개편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므로, 이들이 도심부에 입지 할 수 있도록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연구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창업보육센터를 도심에 입지시키고, 창업단계에 있는 중소규모의 첨단기술 기업이 도심에서 활동하게 해야 한다. 복합용도개발과 도심산업 육성은 도시재생의 핵심적 수단이자 목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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