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힘을 과시하고 권력을 독점하기위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갑과 을의 관계부터 강자와 약자, 그리고 절대선과 악으로 재단되는 각종 투쟁의 저변에는 크고 작은 권력다툼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헤게모니를 잡은 자가 강한자고 오래 살아남아 선이 되는, 역사 속에 투영된 아이러니는 반복된다고 볼 수 있다.
 년 초부터 시끄럽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사건,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권력농단, 부천 백화점 모녀의 주차장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권력 행위의 부당한 남용이 사회 도처에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갑질사건 이야말로 선진사회로 가는 시민정신을 실종시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원흉이다.
 돈이면 다된다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 세태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자란 2~3세들이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정신의 부족에도 기인 한다. 세상변화를 직시하지 못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가진 자들의 횡포와 부족한 오너십, 등 문제는 또 있다. 정보기기의 발달에 따른 문제점을 간과해 과거라면 가려질 수도 있었을 법한 일들이 속속 드러난다. 개인 사생활에 대한 평판 리스크가 예전보다 훨씬 커졌음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잘못이 개인의 수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 나아가 국가의 이미지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노.사가 전사적으로 합심 노력하여 쌓아올려진 것이며, 이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암묵적 동의가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는 뜬구름처럼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멀어지면 소멸되기 시작한다.  
 정치권력이든 경영권이든 남을 이끄는 위치에 선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의무와 책임의식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기본이 바로서야 한다는 뜻이다. 작금의 우리사회는 책임과 윤리의식을 망각한 일탈행위가 도처에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개인의 일탈행위가 하나의 잘못으로 그친다면 불행 중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다. 또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이 짧은 기간에 경제적 부흥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놀라운 저력을 가진 민족이다. 그러나 단기간 경제성장의 눈부신 성과는 이룩했지만, 한편으론 과거의 유물 같은 산업사회의 잔재를 완전히 탈피했다고 보긴 어렵다. 또한 급속한 성장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감당해야했던 감춰진 여러 가지 적폐들이 이제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조금씩 돌출된다고도 볼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국민의 기대시각 역시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 있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킬 만큼 사회적 함의와 반전기재도 필요한 시점이다. 또다시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급속한 성장 일변도 속에 매몰됐던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 관용과 포용, 등 기본이 바로선 사회 문화가 새롭게 꽃피워져야 한다. 그저 보고 배우는 것에 그치게 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가르쳐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제 지난날을 돌아보고 기본이 바로선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합심 노력해야 한다. 21C 는 사고가 없는 나라, 남북 간 화해와 협력으로 인류 공존공영의 항구적 평화가 자리 잡아야 하며, 세대 갈등과 반목이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끝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길은 앞선 나라들을 답습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가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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