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선 지방의회에 실질적인 해당 자치단체 행정권한을 부여하는 지방자치제 개선 방안 도입을 검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지방의회의 전문성·도덕성 결여 등으로 지방의회에 주민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오히려 지방의회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행정자치부가 21일 보고한 올해 '정부혁신 분야' 업무계획에는 자치단체장과 자치의회가 대립하는 현재의 '분리형' 자치단체 지배구조 외에 '통합형' 지배구조 도입을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통합형 지자체 지배구조는 선거로 구성된 의회가 행정의 주요한 의사 결정을 하고, 의장이 자치단체장의 역할을 겸하는 형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일상적인 행정은 의회가 관료 중에서 임명한 '책임행정관'에 일임한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제도 개선안에 대해 일선 지자체와 지역주민 사이에선 현실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도덕성에 대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회에 지자체 행정권한까지 부여한다면 행정 혼란은 물론 각종 부조리만 늘어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1991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 2012년 말 현재까지 각종 비위로 사법처리된 지방의원은 1300명에 달한다.
1기(1991년~1995년) 78건과 2기(1995년~1998년) 79건에서 3기(1998년~2002년)에는 무려 262건으로 3배 넘게 증가한 데 이어 4기(2002년~2006년)에는 496건으로 급증했고, 유급제가 시행된 5기 중 2012년말 현재까지 사법처리된 지방의원도 323명에 달한다.
전체 지방의원 10명 중 1명이 각종 비위로 사법처리된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청렴도 조사 결과 역시 10점 만점에 평균 6.15점으로 낙제 수준이다.
더욱이 일반 주민들이 평가한 청렴도는 평균 점수를 훨씬 밑도는 4.69점으로, 주민들은 지방의회를 사실상 비위집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치단체 청렴도가 평균 7.86점인 것을 감안하면, 지자체보다 청렴도가 떨어지는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감시·견제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조사 결과에서도 지역주민의 70%가 비리와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지방의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실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 지방자치제도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근시안적 관점에서 비롯된 탁상행정의 단면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지방자치제가 주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지방의원들의 자질·능력 문제는 물론 정당공천제 등 정치권의 이해관계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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