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고교 평준화 논쟁이 또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충남도의회에서 부결된 천안 고교평준화 조례개정안을 충남도교육청이 재상정 했다. 조례개정안은 다음달 3일 상임위원회인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전년도 3월 말까지 고시토록 규정하고 있어, 이번회기에 개정안 처리가 안되면 2016년 고교평준화는 사실상 시행이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런 중대한 사안을 두고도 양 기관은 권위만을 내세우며 불편한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도민들과 학부모들은 한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김지철 교육감은 교육정책을 교육 권력으로,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려는 자세는 옳지 못하다. 그간의 수능시험 결과 자료를 보면 학교가 학생선발권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수능성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학교별 차등을 없애고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보장한다는 평준화의 실효성에 논란이 이는 이유다. 평준화를 추진하더라도 단점을 보완하는 장치가 강구돼야 한다. 평준화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중요하나 비평준화를 선호하는 의견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

도의회 또한 제기능, 정치력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상임위를 통과한 고교평준화 조례안을 본회에서 부결시켜 의원들 간에도 논란이 됐고, 도의회가 도민들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지난해 10대 도의회의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빚어진 파행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수결의 논리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면 안 된다. 치열한 논의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과제를 지혜롭고 타당하게 풀어내라고 지방의회를 둔 것이다.

혹자는 지금 상황을 도교육청과 도의회의 ‘기싸움’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영원한 승자는 있을 수 없다. 상대는 어른이 아니라 한창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이며 그들의 권익과 교육 진로가 걸려있지 않은가. 열쇠를 쥔 충남도의회의 대승적 발상 전환이 기다려지는 배경이다. 김지철 교육감 역시 도민의 선택을 받아 8년간 교육현장을 누볐던 정치역량을 비로소 이번 기회에 발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갈등을 마감하고 화해와 소통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정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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