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자격 방문인데도 ‘시 대표단’으로 둔갑

(천안=동양일보 최재기 기자) 속보= 천안시의회 조강석·노희준 의원이 중국 국외출장에서 시의 동의없이 ‘천안시 대표사절단’ 행세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본보 1월22일자) 이 과정에서 방문자의 신분이 위조된 정황도 드러났다.

시의회가 밝힌 중국 쓰촨성 쑤이닝(遂寧)시의 초정공문 등에 따르면 초청서신에는 ‘두 도시의 우호를 다지기 위해 귀시(貴市)가 지정 파견한 5인의 대표단을 특별히 초청한다’고 표현했다. 또 5인 대표단 중 하나인 J기자는 지난 17일자 소속사 신문에 ‘수녕시의 초청으로 천안시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지난해 12월 중국방문단에 동행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했고, 의회방문단을 시대표단으로 지정해 파견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시의원 중심의 방문단이 ‘천안시 대표단’으로 둔갑되는 과정에서 방문단의 신분이 조작된 정황도 발견됐다. 쑤이닝시의 초청자 명단에는 조강석ㆍ노희준 시의원 외 초청자인 전 S대한중문화정보연구소 전 연구원인 H씨(61)의 직함을 ‘교수ㆍ시장고문’, 시의회 계약직 직원 Y씨(39ㆍ여)를 ‘시정부 직원(천안시 직원)’, 지역 신문기자 J씨는 ‘충남도 대표기자’로 각각 명기돼 있다. 시장고문으로 위조된 H씨는 “(나는) 교수, 시장고문이 아니다. 조강석 의원이 제의해 민간 통역사 자격으로 따라간 것 뿐”이라며 “의회에서 방문단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직함을 자의적으로 바꾼 것 같다”고 해명했다. H씨는 구본영 천안시장의 캠프관계자로 인수위 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조강석 의원은 “중국 방문이 시간 관계상 졸속으로 추진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시대표단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방문단 신분 위조 대해선 “쑤이닝시의 초청장을 보고 내 신분이 바꾼 것은 알았지만, 다른 방문자까지 바뀐 줄은 몰랐다. 문화적인 차이로 직함에 오해가 생긴 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회 안팎에서는 방문단이 시대표사절단 행세를 위해 의도적으로 신분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천안시 사정을 모르는 중국 당국이 의회의 사전 통보없이 직함을 격상시키거나 바꿀 수 없는 상황인데다 동행 취재한 기자도 신문보도에서 ‘시대표단’, ‘교수’라고 표기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의회 관계자는 “중국방문은 쑤이닝시와 직접 접촉한 것이 아니고 중국 현지 조선족의 주선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의회방문단이 시대표사절단으로 바뀌고, 초청자의 약력이 격상되거나 잘못 기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쑤이닝시와 직접 서신을 주고받은 별도의 공문서는 없다”고 밝혔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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