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자

한 목숨 둘레마저 버거운 날이 있다

 

내리꽂는 땡볕에도 굴하지 않던 그가

 

폭풍우 눈보라에도 꿈적 않던 발부리가

 

터지고 갈라지고 생살이 삐져나와

 

덕지덕지 엉겨 붙은 딱정이를 끌어안고

 

초가을 소슬바람에 제 살점을 털고 있다

 

한 평 반 떼 집 위에 갈 볕을 긁어모아

 

따스한 온기 몇 점 묘비 아래 묻어 두고

 

행여나

막내딸 찾아올까

먼 길 살피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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