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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기 충주우체국 집배원
김웅기 충주우체국 집배원
  • 윤규상 기자
  • 승인 2015.01.28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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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환자에게 골수 기증 생명 구해10년 전 군 복무 당시 기증서약 지켜...주경야독 끝에 정규직 임용

(충주=동양일보 윤규상 기자) 점점 각박해져 가는 세상을 온기를 전하며 조금이나마 살만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충주우체국 우편물류과 소속 김웅기(31·충주시 월촌1길 21-3·☏010-4033-7179) 집배원도 세상에 따뜻한 기운을 전하는 사람들 중 한명이다.

김씨는 얼굴도 모르는 20대 여성에게 골수(조혈모세포)를 기증, 새 생명을 살게 했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건국대학교병원에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감염과 출혈이 주된 사망원인으로 알려진 ‘골수이성형증후군’을 앓고 있는 27세 여성에게 골수를 이식해줬다.

약도 없고 만족할 만한 치료법도 없어 골수 이식만이 유일한 완치법인 이 병을 앓고 있는 생면부지(生面不知)의 환자에게 선뜻 자신의 골수를 내준 것이다.

김씨는 “신문과 방송 등에 골수를 기증한 내용이 보도된 후 물건 배달을 위해 아파트를 방문하면 저를 알아보고 음료수를 건네는 고마운 분들이 많아졌다”며 쑥스러워 했다.

김씨가 골수를 기증하게 된 사연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방위사령부에서 현역병으로 복무 중 하사로 임명돼 분대장 교육을 받던 장소에서 조혈모세포은행 관계자로부터 골수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증서에 서명했다.

그는 “분대장 교육을 마칠 때 전체 교육생 가운데 1등을 하고 싶어 가산점인 ‘상점’을 받기 위해 과감히 서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군 제대 후 공고를 졸업하고 기능대학을 자퇴한 것을 후회하며 지난 2006년 충주산업대(현 한국교통대) 야간학부 안전공학과에 입학했다.

“배운 게 없으면 취직하고 사회생활하기 힘들어요”라는 그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당시 문화동우체국 청사관리를 맡은 회사에 입사, 1년 3개월간 청원경찰로 ‘주경야독’의 길을 걸었다.

2007년 7월 충주우체국 상시집배원으로 취직한 그는 비록 계약직이었지만 평소 성실함으로 대학졸업 후 2012년 8월 꿈에 그리던 정규직 집배원으로 임용됐다.

오전 7시 출근해 택배물량 분류와 배송 등 일과시간 내내 눈 돌릴 틈도 없어 군복무 중 서약한 골수기증은 ‘물 건너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9월 ‘카톨릭조혈모세포은행’이 발신인으로 돼있는 한 통의 우편물을 받자 골수기증 서약을 다시 기억해냈고 즉시 조혈모세포은행 측에 연락을 했다.

은행 측은 “2005년도 기증서 서명 당시 조직적합성항원(HLA) 검사결과 유전자번호 8쌍 16자리가 있는데, 20대 여성 환자와 4쌍 8자리가 맞다”고 기증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또 “기증서 서명자가 13명인데 임신과 출산, 개인사정 등으로 모두 기증이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은 상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머뭇거릴 필요 없이 즉시 기증의사를 밝히며 수순과 일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은 미혼인 아들이 골수기증을 하겠다는 의사를 적극 반대를 했지만, 형과 누나는 동생의 골수기증으로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며 부모님을 설득시켰다.

마침내 부모님 허락을 받은 김씨는 조혈모세포은행에 알렸고 은행 측은 즉시 건국대 충주병원에 연계해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검사결과 8쌍 16자리 가운데 병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와 유전자번호 7쌍 14자리가 일치해 이식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뒤 골수기증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조혈모세포은행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골수기증을 위한 사전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그는 기증 3일 전부터 택배 일을 하며 고된 업무 속에서도 틈틈이 충주의료원에서 양팔에 조혈모세포성장인자 주사를 맞으며 택배 업무를 수행했다.

드디어 지난 7일 3일간 연차를 낸 뒤 서울 건대병원에 입원해 다음날 골수이식을 성공리에 마쳤다.

김씨는 “골수기증을 한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 2명이 골수기증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며 “우연히 고교 친구가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친구들이 기증 행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은 골수기증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환자가 새 생명을 얻는 기쁨을 함께하면 좋겠다”라며 소박한 마음을 표현했다.

환자와 기증자간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할 가능성은 친형제·자매의 경우 4명중 1명 정도이고, 타인의 경우 수 천 명 혹은 수 만 명 중에서 한 사람 정도 일치해 그만큼 골수기증이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확률적으로 매우 치료가 힘들고 불치병으로 알려진 백혈병은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가 일치할 경우 이식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김씨의 ‘해맑은’ 표정처럼 새해 건강한 사람들이 골수기증 행렬에 동참하길 기대해 본다.
▶글·사진/윤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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