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세 논란에 세수 증대 지방에 전가

(동양일보 김동진기자) 정부가 연말정산 개편과 주민세 인상 추진 논란 등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일선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주민세와 상하수도 요금을 올리면 재정적 인센티브를 높여주겠다며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
더욱이 주민세나 상하수도 요금은 서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지방재정 건전화를 명분으로 증세를 위해 서민 주머니를 털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올해 지방 자체 수입 확충 유도와 지방재방관리 강화를 위한 지방재정 혁신계획을 수립·추진하겠다고 29일 밝혔다.
행자부는 우선 복지·지역균형발전 등 지역 수요와 지방세입 확충노력의 가중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지방교부세 배분기준을 개편키로 했다.
일선 지자체들이 관련 조례를 개정, 주민세를 인상하고 체납세 징수율을 높여 지방세를 더 많이 걷으면 지방교부세를 더 주겠다는 방침이다.
지방교부세를 더 받고 싶으면 서민경제와 직결된 주민세를 올리라는 것으로, 정부 차원에서 주민세 인상을 추진했다 비난 여론에 부딪히면서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한 뒤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한 셈이다.
재해나 환경피해 우려가 있거나, 현행 과세 대상과 비슷하면서도 지방세를 내지 않고 있는 시설을 파악해 지방세를 부과하는 등 새로운 세원 발굴도 강화된다.
상하수도 요금 현실화 계획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 추진된다.
현재 상수도와 하수도 요금의 원가율은 각각 83%와 36% 수준으로, 행자부는 2017년까지 이를 90%와 7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행자부는 또 지방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방공기업의 경영혁신을 유도하는 다양한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중앙정부나 자치단체 모두 지방재정에 영향을 주는 사업을 하기 전에 미리 지방재정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지방재정 정보 공개 항목에 종합운동장, 박물관, 문화관 등 자치단체 공공시설의 운영상황이 추가된다.
이러한 행자부의 지방재정 혁신계획은 겉으로는 지방재정 건전화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열악한 서민경제 사정을 외면한 채 지방세 증대를 통해 복지시책 등 정부 정책 추진을 위한 재원을 확충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일선 지자체들과 사전 협의도 하지 않은 데다 지자체의 재정 구조를 무시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 추진을 결정한 뒤, 이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것은 지방재정 건전화는커녕 지방재정 악화만 야기할 뿐이라는 게 일선 지자체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또 지방재정 운용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 지자체의 재정 운용 자율성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지방자치의 중앙정부 예속화만 심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일선 지자체에 행·재정적 부담이 예상되는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전에 지자체들과 추진 방안이나 재정 분담 등을 협의해야 한다는 일선 지자체들의 요구는 묵살한 채 정부의 통제기능만 강화하겠다며 거꾸로 가는 정부 방침에 대해 일선 지자체들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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