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본사 상임이사)

          유영선(본사 상임이사)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땐 30cm 떨어진 거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라, 손은 뒷짐을 지어라, 아이들과는 손도 잡지도 말고, 어깨에 손을 얹지도 말며 어떤 일이 있어도 몸에는 손을 대지 말라.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한 지인이 인천 어린이집의 학대사건이후 내려진 보육교사 지침이라며, 지금 보육교사는 모두 잠재적 범죄자라고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면서 지인은 아이가 달려와 손을 잡으면 어떻게 하죠? 그냥 뿌리쳐야하나요? 아이가 물건을 잘못 만져도 30cm 떨어진 곳에서 뒷짐만 짓고 말해야 하나요? 우유를 흘려도 닦아주면 안되나요? 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평소 아이들을 자기 아이처럼 안아주고 토닥여주며 엄마처럼 자상해 어린이집에서 인기가 있는 그 보육교사는 요즘 가장 힘든 것이 아침마다 “선생님~”하며 달려오는 아이들 앞에서 엉거주춤하는 일이라 했다.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어린이 학대사건이후, 전국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행정부처는 발빠르게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아동권리 인식 향상 교육’을 시작하겠다고 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릴 계획임을 발표했다.
또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징후 관찰용 학부모 안내서’를 배포했고, 경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소 호들갑스러워 보이지만, 국회도 이 문제를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가장 큰 관심은 전국의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학대예방을 위한 필수조치라는 주장과 보육교사의 인권문제가 대립한다. 그러나 이번 인천 어린이집 사안이 워낙 여론을 크게 몰고 온 사안인데다, 의왕시 어린이집 등 어린이 학대사례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어린이집의 CCTV 설치는 대세가 된 것 같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어린이집·유치원에서의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징후로 ▲겨드랑이, 팔뚝, 허벅지 안쪽 등 다치기 어려운 부위에 상처가 있는 경우 ▲시기가 다른 멍이 다발적으로 있는 경우 ▲아이가 다쳤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병원에 늦게 데려가거나 데려가지 않을 때 ▲아이가 파괴적인 행동을 하거나 특정 유형의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경우 등이 발생하면 아동학대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오죽하면 이렇게 세세한 사례까지 적어서 학부모에게 배포할까 싶지만, 인천어린이집 동영상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폭력 동영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심했다. 볼수록 화가 나고 맞은 아이의 심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저항조차할 수 없는 힘없는 어린 아이의 가슴에 교사의 폭력은 얼마나 큰 멍이 되었을까.
경찰도 바쁘다. 그동안 학교폭력문제로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을 배치했는데, 이젠 아동학대 신고도 받아야하고, 어린이집 전담 경찰관도 별도로 둬야할 판이다. 앞으로 어린이집 주변엔 아동학대 파파라치도 생길 것이다.
그런데 온 국민의 공감대 속에 이렇게 모두가 어린이집 학대방지 방법에만 매달려 있는 동안 우리가 놓치는 것은 없을까.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보듬어온 보육교사들의 땅에 떨어진 사기와 자존심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으로 돌아올지도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하는 것 아닌가. 보육은 전형적인 사회서비스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종사하는 사람이 마음이 중요하다. 게다가 아동보육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지 않은가.
처벌과 감시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 우리는 2010년에도, 2013년에도 이와 비슷한 대책들을 내놓았었다. 그런데도 아동학대 범죄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교사와 아이들이 눈을 맞추며 사랑을 교감하는 보육이 될 때 진정 폭력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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