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때부터 선거법위반과 의원 자질문제 등 각종 구설수에 오른 제7대 천안시의회가 결국, 외국에 나가서도 대형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천안시립무용단은 지난 16일 중국 쓰촨(四川)성 광안(廣安)시에서 현지 부동산개발회사 분양 홍보행사 공연에 섰다. 시립무용단이 부동산기업의 행사도우미로 전락한 셈이다. 명칭도 시립무용단이 한국국립예술단으로 둔갑해 소개됐다. 이 공연의 주선자가 놀랍게도 천안시의회였다고 한다. 의회는 지난해 말 의장 직인까지 붙여 천안시에 쑤이닝시의 초청 문화행사에 참여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항공권과 체류비를 지원한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이 비용은 현지 부동산개발회가 전액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연 주최도 부동산개발회사고, 공연장소도 쑤이닝시가 아닌 150km나 떨어진 광안(廣安)시의 체육관이었다. 의회방문단은 또 쑤이닝시를 방문하면서 시대표단 행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회는 지난해 말 중국방문에 동행해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시는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통역사는 시장고문·교수로, 지방신문기자는 충남대표기자로 둔갑됐다. 하지만 통역사를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한 두 의원은 "중국어를 몰라 민가행사인 줄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다. 의회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대응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천안지역 10개 시민단체 소속의 여성운동가들의 모임단체는 시의회의 행각을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수장인 주명식의장과 중국방문을 추진한 조강석·노희준 의원의 대시민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선관위 등에 철저한 진상조사도 요구했다. 이런 시의회의 사기행각(?)은 외교문제로도 비화될 소지가 크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천안시는 의회의 눈치를 살피며 모양새를 취하며 침묵하고 있다. 천안시공무원노조도, 시립무용단조차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무엇이 두려워 침묵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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