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자수한 흥덕경찰서 찾아 "잘한 선택, 위로해주러왔다"

▲ 30일 새벽 청주흥덕경찰서를 찾은 '크림빵 뺑소니' 피해자 강모(29)씨의 아버지 태호(58)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잘 선택했다. 자수한 사람을 위로해주러 왔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이 발생한 이후 매일 사건 현장을 지키며 숨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눈물을 삼켰을 피해자 강모(29)씨의 아버지 태호(58)씨가 피의자 허모(38)씨를 향해 건넨 첫마디는 의외였다.

피의자 허씨가 자수 의사를 밝힌 지난 29일 저녁 흥덕경찰서를 찾아 자리를 지켰던 강씨는 한때 행방을 감췄다 이날 밤늦게 자수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도 감정의 동요 없이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허씨가 자수한 것에 대해 "가족이 너무나 고마워했다"고 소개했다.

강씨는 "잡히지 말고 자수하기를 신께 간절히 기도했다"며 "언론을 통해 자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식구들이 모두 박수를 보냈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차분히 대답하던 강씨는 오히려 위로받아야 할 자신보다 아들을 사지로 내몬 허씨를 더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말투에서도 피해자 가족으로서의 원망이나 슬픔보다는 오히려 허씨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를 건넸다.

강씨는 "원망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며 "그 사람도 한 가정의 가장일텐데…우리 애는 땅속에 있지만, 그 사람은 이제 고통의 시작"이라고 허씨를 걱정했다.

이어 "가족도 있을 텐데 그 사람은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거듭 말한 뒤 "정말 (자수를)잘 선택했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출산을 3개월여 앞두고 창졸간에 홀로 된 며느리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도 드러냈다. 강씨는 "우리 며느리는 마음이 단단해서 (피의자) 가족도 보듬아 줄 것으로 믿는다"고 토닥이듯이 말했다.

지난 10일 전국의 국민을 공분으로 몰아간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피의자 허씨는 29일 오후 11시 8분께 경찰에 자수, 조사를 받은뒤 유치장에 입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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