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등과 소주 4병 이상 마셔…"사고 사실 몰랐다"
사고차량 음성 부모집에 두고 직접 부품구입 수리도

▲ 전국민의 공분을 샀던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용의자가 29일 오후 자수해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청주 크림빵 뺑소니 사고' 피의자 허모(38)씨가 사고 당시 음주운전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수 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본부장인 박세호 청주흥덕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허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박 서장은 "사고 현장 주변을 정밀 수색하고 27일 확보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윈스톰 차량을 용의 차량으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또 "29일 오후 1시 40분께 충남 천안시 GM부품 대리점에서 윈스톰 차량 부품이 출고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부품을 구입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추적한 결과 허씨로 확인돼 소재를 추적했다"고 설명했다.

박 서장은 "같은 날 오후 6시 21분께 충북청 112상황실에 '남편이 뺑소니 사고를 냈다. 자수하도록 하겠다'는 신고가 접수, 확인 결과 이미 추적 중이던 허씨와 동일인임을 확인하고 용의자로 특정, 소재파악에 나섰다"고 전했다.

박 서장은 허씨의 자수동기에 대해 "경찰이 천안 GM부품 대리점에서 카드전표를 확인하고, 카드사에 카드사용내역 협조를 요청하자 카드사가 허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고, 허씨는 경찰의 추적을 감지, 휴대전화를 꺼 놓고 잠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허씨는 소주와 수면제 등을 사 들고 자살할 생각에 산에 올랐다가 '경찰에 사정 설명이라도 해야 겠다'는 생각에 하산했다"는 게 박 서장의 설명이다. 이후 허씨는 부인과 연락이 닿아 '이미 경찰에 자수의사를 밝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날 밤 11시 8분께 경찰에 자수하게 된 것이라고 박 서장은 밝혔다.

허씨의 부인은 '자식이 2명이고, 경찰 수사에 두려움을 느껴 남편이 자살할까봐 걱정돼' 자수의사를 경찰에 밝혔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허씨는 사고 당시 지인들과 소주 4병을 마시고 만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서장은 "허씨가 술에 취해 사람을 친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사고 4일 뒤 뒤늦게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한 인터넷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자수시점이 늦은 이유에 대해서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주변정리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시기를 놓쳤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 30일 오전 청주 흥덕경찰서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낸 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의자 허모씨의 차량 앞면. <사진/김수연>

경찰은 허씨의 고향인 음성군 부모 집에서 윈스톰 차량을 발견했다. 이 차량은 현재 흥덕경찰서 주차장에 보관 중이다.

이 차량은 일부 파손 흔적이 있고, 허씨는 천안의 부품 대리점에서 일부 부품을 구입, 스스로 차를 고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 현장에는 숨진 강씨의 아버지 태호씨가 찾아 "일부 네티즌 등으로부터 ‘무단횡단' 논란이 일고 있다"며 "사고현장에 왜 횡단보도가 없는지 그리고 우리 아이가 무단횡단을 한건지 아닌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만약 무단횡단이었다면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경찰은 허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 등으로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날 또 사고당시 상황에 대한 현장검증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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