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러 왔다" 용서→ "사고 아닌 고의 '살인'" 분노
변명 일관 피의자에 분개…"'무단횡단' 논란 가슴 아파"

▲ 30일 '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 강태호씨가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사고 현장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태호씨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피의자 허모씨에게 분개하며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밝혔다. <사진/김수연>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진솔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누가 들어도 납득하게, 진짜 가슴에서 우러나서 사과했으면 좋겠어요."

'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의자 허모(38)씨를 용서한다고 했던 피해자 아버지 강태호(58)씨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태호씨는 "교통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다"며 분개했다. 허씨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내 놓고도 뉘우치지 않는다는 것.

허씨가 자수한 29일 "자수를 선택해줘 고맙다. 자수한 사람 위로하러 왔다"고 용서의 손길을 내밀었던 태호씨는 경찰 브리핑을 통해 알려진 허씨의 사고 이후 행적이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의 그의 진술을 언론 보도로 접하면서 허씨에게 큰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태호씨는 30일 경찰 브리핑 후 '술에 취해 사고가 난지 몰랐다'는 허씨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177㎝에 80㎏나가는 거구(아들)가 빵봉지를 들고 서면 사람이라고 보겠습니까, 강아지로 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진짜 누군가가 태워도 주고, 자수하라고 시킨 것 아니냐"라며 스스로 경찰서를 찾은 허씨의 순수성도 의심했다. 또 "진짜 잘못했다면 솔직했으면 좋겠다"며 "진솔했으면 좋겠다"고 분노를 토해냈다.

태호씨가 분노한 것은 허씨가 경찰에선 "사고 당시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진술하고 사고 차량을 부모의 집에 숨긴 뒤 부품을 구입해 직접 수리하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

그는 "피의자는 죄값을 치러야 한다. 그것에 대해 위로를 해주고 싶었을 뿐"이라며 "가족들에게 원망하는 마음은 없지만, 가슴에서 우러나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밝혔다.

태호씨는 '무단횡단' 논란에 대해서도 경찰과 청주시 등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사건 브리핑 자리에 참석, 박세호 청주흥덕경찰서장에게 "우리 아이가 정말 무단횡단인지 밝혀달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무단횡단"이라는 대답에 "많은 사람이 건너는 도로에 횡단보도가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사고가 난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아일공업사 앞 도로는 편도 1차로의 좁은 도로. 공업사 건물 사이에 도로가 있고, 맞은편은 무심천 뚝방길로 사람이 통행할 수 있는 인도가 매우 좁은 편이다. 이 도로에는 횡단보도가 없어 주변을 통행하는 보행인들이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당시 정황을 봤을 때 "사고장소가 교차로이나 횡단보도가 없어 무단횡단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태호씨는 이에 대해 "교차로 지점에서는 도로 중앙의 경계선이 잘려 있어 무단횡단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횡단보도를 안 만드는 건 시와 경찰이 사고를 방조하는 것"이라며 불행한 사고가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경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횡단보도의 필요성에 대한 검토를 거쳐 설치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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