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팬들의 인정을 확실히 받은 대회였다.

한국이 개최국 호주와 연장 혈투 끝에 1-2로 덜미를 잡히면서 아쉬운 준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가져온 '변화의 바람'은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손흥민(레버쿠젠)이나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기존 스타 선수 외에 이정협(상주 상무)이나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같은 새별들이 떠오르면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한 슈틸리케 감독의 혜안과 함께 달라진 대표팀의 경기력은 호평을 끌어냈다.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주는 축구나 지도 철학 등을 접하는 팬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찬사를 보냈고, 인터넷상에서는 이에 대한 신조어도 활발히 생겨났다.

가장 대표적인 말로는 늪에 빠진 것처럼 상대를 허우적거리게 한다는 뜻의 '늪축구'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을 이끌고 처음 나선 메이저대회인 이번 대회 초반 일부 팬들은 대표팀이 화끈한 공격이나 화려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갑작스러운 감기 등으로 주축 선수가 대거 빠진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 때는 이기고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표팀은 상대의 기를 살려주지도 않은 채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1-0으로 이기며 조 1위를 차지해 결승까지 순항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대표팀이 1-0으로 승리, 무실점 3연승으로 8강에 오르자 결국엔 이기고 마는 '슈틸리케표' 축구에 대한 팬들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을 만나면 상대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늪에 빠진 듯 묶인다는 의미로 '늪축구'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이때쯤이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식 응원구호를 모집한 결과 '우즈베크는 늪으로 우리는 4강으로'가 선정돼 '늪축구'는 이번 대표팀을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대표팀이 승승장구하면서 실리를 추구한다는 뜻의 '실학 축구'라는 말을 붙이는 팬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대표적인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에 빗댄 '다산 슈틸리케'라는 별명이 생겨났다.

이 수식어에 맞춰 다산 정약용의 초상화에 슈틸리케 감독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도 화제가 됐다.

신(god)처럼 위대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울 때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갓-'이라는 접두사를 슈틸리케 감독의 이름과 더한 '갓틸리케'라는 애칭도 자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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