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주민 150여명 돈 봉투 받아

(동양일보 박재남 기자) 오는 3월 11일 실시하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한달 남짓 남겨두고 벌써 돈 봉투가 뿌려지고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혼탁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는 농·축협 1117곳,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 등 모두 1328곳에서 시행된다.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은 280만8000여명에 달한다.

출마 후보자만 4000여명이나 돼 이들이 한꺼번에 선거전에 나서면서 검·경과 선관위 등에 초비상이 걸렸다.

●논산주민 돈 봉투 받아 농촌마을 '발칵'

충남 논산 노성면 한 농촌마을이 농협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돈 봉투 사건으로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성인 인구 3800명(2014년 지방선거 기준)에 불과한 곳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돈 봉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초상집으로 변했다.

검찰은 최근 조합원이나 조합원 가족에게 조합원 가입비(출자금) 명목 등으로 1인당 20만∼1000만원씩 모두 6000여만원의 금품을 돌린 혐의로 노성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김모(여·55)씨를 구속했다.

현재까지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150여명으로 이들이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과태료가 받은 돈의 최고 50배로 무려 3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충남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0일 허위로 서류를 꾸며 조합원 친목 모임에 경비를 지원한 혐의로 서천의 한 수협 직원 A씨를 대전지검 홍성지청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또 A씨에게 친목 모임 경비 지원을 요구한 혐의로 이 수협 조합원 B씨도 함께 고발했다.

B씨는 지난해 10월 말 자신이 총무로 있는 조합원 골프모임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수협 직원 A씨에게 협찬금을 요구했고, A씨는 어업종사 단체 간담회 경비를 지원하는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수협 예산 200만원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현직 조합장이 프리미엄을 이용해 조합원들에게 은밀하게 음식을 제공하는 등 벌써 탈법, 혼탁 과열 선거가 시작돼 극심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지나친 선거운동 제약에 '깜깜이 선거' 우려

이번 선거는 공직선거와 같은 선거법이 적용되지만, 선거운동 방법 등이 많이 달라 출마 후보자는 물론 조합원들도 주의해야 한다.

선거운동은 조합장 후보자 한 사람만 가능하며 투표권은 조합원에게만 주어진다.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26일부터 조합장 후보는 선거 전날인 10일까지 13일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 기간 후보자는 혼자 어깨띠, 윗옷, 소품을 비롯한 전화, 문자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른 공직선거처럼 예비후보자로 사전에 등록해 명함 등을 돌리며 인사를 하는 길이 없어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가 답답한 '깜깜이 선거'인 셈이다.

토론회나 연설회도 없어 유권자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다.

여기에다 제3자가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후보자를 소개하거나 지지를 당부하는 행위도 금지돼 이래저래 답답한 선거다.

따라서 이번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는 조합원을 상대로 더욱 은밀하고 치밀한 수법의 불법 선거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돈선거 신고 포상금 최고 1억원 돈 받으면 50배 과태료

중앙선거관리위가 이번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사전에 적발해 조치한 건수는 지난 1월 20일 현재 모두 12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22건은 고발하고 5건은 수사의뢰, 102건은 경고처분한 상태다.

하지만, 전국 경찰 등 사법기관이 직접 나서서 적발한 위법 행위를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2일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주·야간 비상근무 등 본격적인 선거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를 돈선거 척결 원년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신고포상금을 종전 최고 1000만원에서 10배인 1억원으로 올렸다.

신고자 신원은 철저히 보호하고 돈을 받는 사람이 자수하면 과태료를 면제하는 등 신고, 제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장·영농회장·부녀회장 등을 '조합선거 지킴이'로 운영하고 돈선거 특별관리 지역을 지정, 운영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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