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초동수사…현장 인근 CCTV 파악 못해 수사력 낭비
윈스톰 주인 언론보도 후 부인 설득 끝에 자수…“운 좋았다”

▲ '크림빵 아빠'의 아버지 강태호씨가 30일 사건 현장에서 "진짜 잘못했다면 솔직했으면 좋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진/김수연>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피의자 허모(38)씨의 자수와 구속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수사본부까지 설치하며 해결을 자신했지만, 정작 사건은 경찰의 손이 아닌 자신이 범인이라며 나타난 허씨에 의해 결론된 셈이라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번 수사에서 나타난 경찰의 수사방식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초동수사부터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안심치안’의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태부족했다.

사고가 난 지 20일이 가까워 유력 용의차량이 바뀌었고 그동안 경찰은 헛다리 수사로 일관, 부실한 초동조치 논란을 불렀다.

경찰이 당초 추정했던 BMW 승용차가 아닌 GM대우 윈스톰을 유력 용의차량으로 꼽은 데는 새 CCTV를 확보했기 때문. 이 CCTV는 뺑소니 사고 수사본부가 설치된 지난 27일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 17일 만이다.

사고현장에서 불과 170m가량 떨어진 청주시차량등록사업소에 있는 이 CCTV만 제때 파악했어도 수사를 단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700m 떨어진 곳의 CCTV 분석에서 나온 BMW 차량을 찾는 데만 주력했다.

수사역량 집중은 좋지만, 확실한 단서 없이 진행하는 초동수사 단계에서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엉뚱한 CCTV는 엉뚱한 차량 추적으로 이어졌다. 국과수는 BMW 등 몇몇 승용차를 용의차량으로 지목했고, 경찰이 인터넷에 게시한 화면을 본 네티즌들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영상 자체가 사고와 동떨어진 것으로 확인되며 20일 가까이 수사기관은 물론 이 사건을 접하고 분노한 국민들까지 헛다리를 짚은 꼴이 됐다.

이번 수사를 위해 경찰은 뺑소니 사고로는 이례적으로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박세호 흥덕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에는 교통사고조사계는 물론, 강력계와 사이버수사대, 방범순찰대 등 가용경력이 모두 투입됐다. 그런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지탄을 받는 답답한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허씨가 자수하기 얼마 전 경찰로 걸려온 허씨 부인의 전화내용이 전해지며 경찰은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내부에선 ‘검거’라고 주장하며, 허씨 아파트로 달려갔지만 남편은 이미 잠적한 뒤였다. 언론에도 불똥이 튀었다. 경찰은 당시 무분별한 보도로 인해 수사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며 취재진에 자제를 요청하는 등 언론에 검거실패 덤터기를 씌었다.

행방이 묘연했던 허씨는 부인이 경찰에 전화한 지 4시간 만인 29일 밤 11시 8분께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찰수사에 대해 국민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검거에만 함몰돼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물론 그의 자수를 순수한 의미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튿날 진행된 브리핑에서 경찰은 “허씨 자수 전 이미 허씨가 천안에서 윈스톰 차량부품을 사간 사실을 확인하는 등 용의자로 보고 있었다”고 다소 궁색한 해병을 내놨다.

하지만 수사초기부터 허점을 드러낸 경찰이 용의자의 자수로 망신살만 치렀다는 비판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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