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개원 맴버로··· 24년만에 ‘수장’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제가 그 유명한 58년 개띠입니다. 아시다시피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깝고 충직하며 사람보다 앞서가는 부지런한 동물이지요. 병원장으로서 이용객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신뢰받는 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앞선 의료·행정서비스로 중부권 최고의 병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2일 오후 5시 13대 충북대학교병원장인 신임 조명찬(57·사진) 원장의 취임식을 갖는다.

지난 1월 22일 병원장으로 임명된 조 원장은 부산 동래고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병원과 대학원에서 수련의와 석·박사 과정을 거친 순환기내과 전문의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SD)과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UNC)에서 순환기내과학 박사후 과정을 밟은 엘리트 의사다.

부산사나이인 조 원장이 산으로 둘러싸인 충북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1년 충북대병원이 개원, 의대 교수로 임용되면서이다. 그는 개원 초기 밤낮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이 돌아가는 병원생활에 지치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의사로서 보람된 일도 많았다고 소개한다.

“개원한지 몇 해 지나지 않아 신경통과 중풍에 좋다는 말에 ‘초오(草烏)’라는 한약재를 복용한 40대 환자가 의식을 잃은 채 응급실로 실려 왔습니다. 독성이 매우 강해 사약의 주재료로 사용되기도 했던 한약재를 잘못 복용한 탓에 부정맥 증상이 나타났고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긴박한 순간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팔을 걷어붙이고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습니다. 나중엔 수십 명의 의사들이 16시간동안 릴레이로 CPR을 하게 됐죠. 다행히 그 환자는 의료진의 노력 끝에 무사히 치료를 마쳤고 의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이 사실이 국제학회 신문에 ‘마라톤 CPR'이란 제목으로 소개돼 충북대병원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차분하면서도 추진력이 강한 조 원장은 충북대병원 응급실장과 진료지원부장, 순환기내과 과장, 기획조정실장, 내과과장, 진료처장 등 원내 주요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병원 전반에 관한 진료 현황과 행정업무를 훤히 꿸 수 있게 됐다. 기획조정실장 근무 당시엔 충북대병원의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에 대한 ‘SWOT 분석’을 통해 경영목표와 효율화를 구현하는 시도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실 조 원장은 화려한 스펙만큼이나 준비된 병원장이다.

지난 2010년 7월부터 3년간 국내 유일의 보건의료분야 연구개발 국가기관인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국립보건연구원의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미션을 새롭게 정립하고 국가적 미션에 맞는 질병의 조사, 감시, 진단 및 연구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와 행정의 균형을 조절했다. 특히 국가보건의료연구 인프라(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국립의과학지식센터, 국립줄기세포 재생센터 등)를 구축해 업무추진과 현안대처, 조직관리와 위기관리 등 탁월한 리더십과 조정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북대병원이 그동안 경기침체와 의료 환경 등 내·외적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최근 성장세 둔화와 업무효율의 문제점,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병원시스템 등의 문제로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현황분석에 기반을 둔 전략적 기획이 필요할 때입니다.”

국제표준에 맞는 최적의 진료시스템을 구축 △환자 중심의 병원 △경영합리화와 투명한 재정운영 등을 통한 ‘열린 개혁’ △안정과 화합을 통한 주인의식을 함양시킨 ‘인간존중 병원’ △창의적 연구와 첨단임상시험센터를 통한 ‘미래 맞춤 의료와 연구중심병원’ △지역사회와 함께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지역과 세계 속으로 뻗어 가는 병원’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합리성과 투명성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경영자립을 도모하고 교육과 연구기능 강화와 의료환경 변화에 대처해 전문화된 고품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병원에 발을 들여 놓은 지 벌써 24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네요. 3차의료기관과 대학병원으로서 충북도민들의 건강과 의료진 양성을 책임진다는 자부심과 신념으로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이 자리에 서게 됐고, 비로소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와 병원을 위해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1400여 명의 동료·직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충북대병원을 최고의 진료병원과 일하기 좋은 병원, 성장 발전하는 병원, 연구하는 병원, 함께하는 병원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조 원장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 본다.

▶글·조석준/사진·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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