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인간이 이 지구상에서 발견된 약190만종의 생명체중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되는 점은 자기 생명의 주권적 행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나 동물이나 생명유전체의 염기서열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원자번호 1번 수소부터 92번째인 우라늄에 이르기까지 자연원소로 구성된 생물은 고작 20여가지도 안 되는 원자들의 집합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은 얼마나 다르다고 볼 수 있을까. 아이러니 하게도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태생적 한계는 그다지 우월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동물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물학적 진화의 근거가 되는 유전적 염기서열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요즘 생활고를 비관하여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OECD 가입 국가 중 10년째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선 부끄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돼야 할 중요한 일 일진데, 왜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는지, 근본적으로 정책에 대한 문제점은 없는지, 심각히 따져 봐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국민의 안전과 행복에 대한 복지대책이 잘 마련돼 있다. 또 국민은 국가를 믿고 상호 유기적인 수레바퀴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행복하다는 것은 단순히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러한 계산대로라면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나 산유국 같은 국부가 많은 나라들이 국민 생활 만족도가 높아야 하지만 전문가들의 조사에 의하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국민 소득수준이 낮은, 지구의 한 구석에 위치한 조그만 나라 부탄이 국민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선적으로 국력뿐 아니라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복지정책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 상황에 따라 바뀌는가 하면, 수년간 시행돼온 관련 법안조차 누더기가 되기 일쑤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전혀 문제점이 없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우리처럼 국가정책이 조석변개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가 정책의 최종 목적은 국민의 행복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일관성과 국민의 지지가 따라야 한다.
 지난 2014년 12월 서울 송파구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모녀 셋이 방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동반 자살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국가 경제뿐 아니라 가정경제 상황도 어려워지긴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움은 한꺼번에 닥치는 밀물처럼 자기만 힘들다고 절망한 나머지 생을 포기한다. 이런 경우 근본적 원인을 살펴 똑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우리는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불판에 기름이 튀듯 언론이 들끓고 정치권이 한동안 시끄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잊어버린다. 이러한 현상은 매번 되풀이 된다.
 최근, 사건을 계기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관련법이 여.야 합의로 마련됐다. 정부는 세모녀법 시행에 에 앞서 국민을 상대로 생명의 존엄성과 자살방지를 위해, 충분한 사전교육이 선행돼야한다. 또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인간이 새로운 미래를 보고 나아갈 때 창조적 자산이 되는 것이 바로 생명이다. 우리가 말하는 인간존중 즉, 생명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국가는 교육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 존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에 기여하는 것이다. 생명 존중이 곧 미래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