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자, 심재숙 시인 시집 발간

코끝을 스치는 바람결에 날이 서 있다. 온기가 그리운 계절, 잔뜩 벼린 날카로운 시 보다는 마음을 훈훈하게 감싸는 따스한 시 한 편 곁에 두고 싶은 겨울이다. 최근 발간된 윤현자 시인의 시조집 ‘마흔아홉 붉은 꽃잎’과 심재숙 시인의 시집 ‘응, 그렇구나’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두 시인은 최근 함께 출판기념회를 갖기도 했다. 지난 1월 25일 충북예총회관 따비홀에서 열린 이 행사는 나기황 시인의 사회 아래 작품 낭송과 축사 등으로 다채롭게 진행됐다. 윤 시인의 초등학교 시절 은사와 심 시인의 작품 ‘봄을 걸어두다’의 실제 주인공 등이 함께 해 더욱 즐거운 행사였다.

●윤현자 시조집 ‘마흔아홉 붉은 꽃잎’

올해로 등단 20주년을 맞는 윤현자(55) 시인이 7년 만에 내놓은 시조집, 1부 ‘흰 가시꽃’, 2부 ‘꽃보다 환한’, 3부 ‘한 폭, 단풍 든’, 4부 ‘흔들리며 깊어지다’ 등 4부로 나뉘어 62편의 시조가 실렸다.

제목 ‘마흔아홉 붉은 꽃잎’은 1부에 실린 작품 ‘녹’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것. 49세 당시 이 시를 쓴 윤 시인은 오래된 쇠붙이에 슨 검붉은 녹에 자신을 투영한다.

그의 시조에는 온기가 서려있다.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한 듯 그려내면서도 너그러운 시선을 잃지 않는다. 세상 쓴맛을 모조리 겪어 내고 비로소 단맛을 품게 된 홍시를 보면서 ‘떫어도 한세상’이라 하고, ‘인생도/그리 무거운/화두는 아니리라//반짝,/빛났다 사라지는/겨울 산의 눈밭이다(시 ‘겨울 산에 올라’)’라며 삶의 무게에 힘겨워 하는 이들을 위안하기도 한다.

이우걸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은 “고뇌 어린 긍정과 포용, 끊임없는 성찰의 미학에 닿는 치열하고 아픈 언어들을 이 시조집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며 “여성적 언어의 한계를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 정형시의 단정함을 지키려는 절제와 생략의 미, 세상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그려내려는 치열한 몸부림이 담겼다”고 평했다.

윤 시인은 1960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1995년 중앙일보 지상시조백일장 연말 장원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충북시조문학회장, 뒷목문학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그래, 섬이 되어 보면’, ‘다문다문 붉은 꽃잎’, 3인 공저 시조집 ‘차마, 그 붉은 입술로도’ 등이 있다.

뒷목문화사. 94쪽. 1만원.

 

●심재숙 시집 ‘응, 그렇구나’

심재숙(48) 시인이 최근 두 번째 시집 ‘응, 그렇구나’를 내놓았다. 첫 시집 ‘볕 좋은 날’을 발간한 지 7년 만이다.

심 시인은 소소한 일상에서 시를 길어내 슥슥 그림 그리듯 묘사한다. 노점 앞에 서서 ‘오늘 내가 내 놓을 것은 무엇인가?’ 생각에 잠기고(시 ‘노점’), 지인이 두고 간 쑥버무리를 보며 짧은 봄을 아쉬워하기도 한다.(시 ‘봄을 걸어두다’) 꾸밈없이 담백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 ‘응, 그렇구나’는 딱따구리가 산다고 믿는 나무토막을 들고 산을 오르는 꼬마와 이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젊은 아버지의 정겨운 모습을 그려낸 시. 긍정의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둘의 대화는 시가 돼 읽는 이의 가슴을 훈훈하게 데운다.

심 시인은 “긍정적으로 듣고 보고 생각하면 모두 다 꽃처럼 느껴진다”며 “특별한 새로운 것을 쓰려 하기 보다는 정겹고 따뜻한 느낌의 시를 쓰려 했다”고 밝혔다.

현재 다문화 가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심 시인은 이와 같은 경험들을 시 속에 녹여 내기도 했다. 그는 “다문화 가족에 대한 시를 통해 다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 시인은 1967년 충북 괴산 출생으로, 2003년 ‘문예연구’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현재 한국어 강사, 스피치·리더십 강사, 뒷목문학회·여백문학회 회원, 글로컬한국학연구소(GKIM) 상임연구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의숲. 142쪽. 9000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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