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마련을 둘러싼 정책 혼선이 그치질 않는다. 보건복지부 핵심당국자는 3일 이른 시일 안에 건강보험 개선안을 만들어 당정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당정 협의를 전제로 했지만, 올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를 다시 뒤집은 셈이다. 개편안 논의 중단 선언 이후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특히 정책 혼선에 대한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이런 기류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개편 논의 백지화 6일 만에 재추진이라는 혼선에 대한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작업의 중요성과 그간의 비판여론에서 드러난 사회적 공감대를 감안하면 개편 논의를 재개키로 한 것은 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정부가 재논의 의사를 내비친 데에는 여론의 급속한 악화와 정책 혼선에 대한 여당 지도부의 강력한 경고를 의식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고소득 직장가입자·피부양자에 건보료를 더 올리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개편논의를 중단하자 가입자나 보건사회단체 등에선 1%의 고소득자 반발 때문에 정책을 백지화했다며 개편 논의의 재추진을 촉구해왔다. 정부는 그러나 연내 재추진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대신 일단 저소득층 건보료 경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다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건보료 개편 논의 연기를 비롯한 정책 혼선에 대해 "충분한 고민 없이 정책을 쏟아내고 조변석개하는 행태를 보여선 절대 안 되겠다"고 경고하고 유승민 원내 대표도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려던 개편의 취지는 옳다고 생각하고 당장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등의 발언이 나오면서 당정협의를 통해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 한 것이다. 비난 여론도 거세졌지만, 집권 여당의 압박이 그만큼 더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논의가 재개될 토대는 마련된 셈이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정치적 부담으로 논의를 중단한 것을 당정협의를 통해 재개할 때 과연 정치적 계산을 최대한 배제하고 제대로 된 개편 작업을 어느 정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의 재개의 출발점은 앞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이 11차례 전체회의를 통해 제시한 개선안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한다. 특히 고소득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추가소득 발생 직장가입자에 대한 건보료 확대 방향에 대한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해가길 바란다. 이미 건보료 부과 체계상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고 동시에 정치적 득실판단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이슈인 만큼 당정의 확고한 개편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부과체계 전면개편을 추진할 동력도 얻는다. 그렇지 않고는 또다시 땜질식 처방, 눈치 보기 정책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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