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숙

입춘 추위는 꿔다해도 한다는데,

포근했던 며칠 전과 사뭇 다른 얼굴이다

그래도 방안으로 들어온 볕이 좋아

다리 쭉 펴고 햇살과 마주 앉으니

발바닥부터 온기가 퍼진다

온몸이 훈훈해진다

 

어느새

골담초 노랗게 핀 장독대

그 분 손길 닿은 장독마다 윤기 흐른다

 

빈 항아리에 매달려 소리 지르던 철부지

엉덩이를 때리며 야단치던

그 분 목소리가

입춘, 바람에 실려 온다

우리는 서로에게 보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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