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각수 괴산군수

(동양일보 지역종합)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무소속 3선’의 기록을 세운 임각수 괴산군수가 중도사퇴 위기에 처했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 도입 이후 사실상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것이 쉽지 않은 정치적 환경 속에서 무소속으로 3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임 군수에 대한 지역주민의 절대적 지지 덕이었다.

임 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부인 밭에 군비를 들여 석축을 쌓았다는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에서도 3선 도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임 군수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군수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재판 쟁점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경민 판사는 지난달 24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임 괴산군수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 군수는 군수로서 지위를 이용, 처 명의의 밭 가치증진을 도모했다"며 "사리사욕을 뒤로 한 채 국민의 이익에 헌신해야 할 피고인이 이러한 신뢰와 기대를 반하는 언행을 하고도 군 이익이라고 변명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건 정황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불법 농지전용으로 인한 개발행위가 원상복구됐고, 피해액이 크지 않더라도 죄질이 무겁다"라고 덧붙였다.

자치단체장의 경우 선거법이 아닌 죄에 대해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하게 된다.
임 군수에게 적용된 혐의는 201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군비 1400만원을 들여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부인 소유 밭 인접 도로에 군비를 들여 자연석 석축을 쌓도록 괴산군 공무원에게 지시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다.

또 농사를 짓기에 부적합한 땅에서 나온 사토를 자신의 밭 인접 도로부지에 무단으로 쌓아 둔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임 군수가 부하 공무원에게 지시, 부인의 밭 인접도로부지에 하천정비사업에서 발생한 사토를 쌓아두는 등 농지전용허가와 개발행위허가를 받지 않은 채 토지 형질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특히 부인의 밭 인접 도로부지에 석축을 쌓기 위해 인근 도로공사 설계변경을 한 뒤 군비 1400만원을 들여 석축을 쌓아 공사비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하고 이에 따라 괴산군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임 군수는 추가로 석축을 쌓으려 부하 공무원과 공모, 실제 태풍 피해가 없었음에도 마치 태풍 피해로 인한 복구공사가 필요한 것처럼 꾸민 뒤 군비 1900만원을 들여 석축을 쌓았으나 언론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공사비를 자신의 돈으로 충당한 것도 업무상 배임 미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임 군수 측은 "부인의 토지가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수해복구사업사업을 하지 않으면 인근 경작자의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고 유일한 도로·수로의 기능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담당자의 설득이 있었다. 주민의 충분한 이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시행했다"고 해명했다.

임 군수 측은 또 사토 적치에 대해선 "당시 쌍곡천 정비사업을 하면서 장마는 다가오고 하상의 모래와 자갈을 처리할 곳이 없어 관련 부서가 어려움을 겪기에 버릴 곳이 없어 공사하지 못한다면 내 밭에라도 버리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군수 측은 “사토처리 과정에서 관련 법률을 엄격히 지키지 못한 것은 인정하나, 개인적 이득을 취할 목적이 아니라 자치단체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공익적 업무라고 판단한 불가피한 행위”라며 “군수로서 관련 법률을 숙지하지 못해 일어난 일에 대해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임 군수 측은 이어 “석축 공사도 개인의 토지 가치 상승을 위한 의도적 행위가 아닌, 재해 위험 요인 방지와 산막이옛길을 찾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주변도로 미관 정비 등 공익적 목적에서 일어난 일로, 산막이옛길 주변 다른 도로에도 석축공사를 시행하는 등 연속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신중을 기했어야 함에도 관련 법률에 저촉된 행위가 있었던 데 대해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임 군수 측의 입장은 사토처리와 석축공사 추진 과정에서 관련법 저촉이나 행정 미숙 등 일부 문제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이를 추진한 목적은 사리사욕이 아닌 재해위험 방지와 민원 해소, 도로 주변 미관 정비 등 공익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 군수는 항소심 과정에서 이같은 목적성에 대한 판단이 반영되길 기대하고 있다.

●어수선한 지역사회
임 군수가 선거법이 아닌, 일반 범죄로 직위상실형을 선고받자 괴산지역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역 내에선 임 군수가 무소속으로 3선에 성공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배경엔 차별화된 정책으로 지역발전을 견인해 왔다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높다.

괴산군은 그동안 산막이옛길 조성을 통해 지역관광 활성화를 촉진했고, 중원대 유치, 학생군사학교 이전 등 지역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는 큼지막한 일들을 일궈냈다.

유기농산업군을 천명하며 청정지역으로 자리매김한 괴산군은 올해 세계유기농엑스포 개최를 비롯해 유기농업연구센터, 유기농생태체험관, 유기농원 조성 등 유기농 관련 대형사업들을 계획하고 있으나 단체장 교체에 따른 군정 방향 변화 등으로 인해 차질을 우려되고 있다.

아이쿱생협 등 친환경업체 유치와 괴산유기식품산업단지 조성, 대제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경제 도약을 위한 역점 현안들도 난항에 부딪힐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괴산군이 성장한 것은 지역주민의 합심노력과 창의적인 정책 추진 등 공무원들의 헌신적 노력이 큰 힘이 됐으나, 이를 이끌어 온 임 군수의 공로도 크다는 것이 지역주민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점에서 직위 상실 위기에 몰린 임 군수에 대한 동정론도 확산되고 있다.

반면, 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누구보다 엄격히 법을 준수하고 신중해야 할 군수로서 위법행위로 법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괴산의 위상과 지역주민의 명예에도 적잖은 타격을 줬다는 점에서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충북도내 일부 단체장들이 위법행위로 재판에 계류중인 것과 관련, “우연적인 현상이겠지만, 최근 충북도내에서 각종 위법 행위로 재판에 계류중인 단체장들이 무소속이나 야당 성향이라는 점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는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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