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청문회서 소명해야" vs 야 "총리 부적격"

(동양일보) 순탄할 것만 같았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애초 잡혔던 일정에서 하루씩 연기된 10∼11일 이틀간 개최된다.

직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여야 협상 창구로 활동했던 이 후보자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명 직후 관대한 입장을 보였고, 역대 현역 국회의원이 국회 청문절차에서 낙마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이 후보자 청문회는 '통과의례성' 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이 후보자 본인과 차남의 병역문제를 시작으로 재산 형성과정, 논문 표절 의혹 등 역대 청문회의 단골 메뉴가 등장,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급기야 6일에는 이 후보자가 기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외압'을 가했다는 지적과 관련내용을 담은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이 후보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힘든 청문문턱을 넘어야 할 형편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 공개된 녹취록 사건을 기점으로 이 후보자의 '거취 판단'까지 요구하며 적극 공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청문회에서 소명 기회를 주자"며 방어막을 치긴 했지만,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증가하는 분위기다.

●언론 보도 개입 의혹 = 국무총리 지명 이후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 대한 의혹보도를 막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말하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KBS가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라고 말했다.

보도 내용뿐 아니라 언론사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즉각 사과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대언론관을 고스란히 드러낸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청문회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예고했다.

특히 2.8 전당대회에서 출범할 새정치연합의 새 지도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청문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병역 '적극적 면제' 원했나 = 애초 차남의 병역 기피 의혹이 제기됐으나 현재는 후보자 본인의 병역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징병신체검사에서 이른바 평발 변형을 불러오는 '부주상골'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으며, 1년 만기를 채우고 소집해제 됐다. 중학교 시절 마라톤 중 다쳤다는 게 이 후보자 측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최초 징병검사에서는 '1급 현역' 판정을 받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본인이 재검을 신청해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야당에서는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차남 역시 최초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재검 끝에 면제를 받았다. 미국 유학시절 축구를 하다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완전파열된 게 원인이었다.

이 후보자는 지명 직후 차남의 공개 검증을 자청해 실제 수술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해소되는 듯했다.

그러나 야당은 '환자 본인이 수술을 원했다'는 취지의 차남 수술기록지를 근거로 적극적 면제를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워팰리스 재산 누락·부동산 투기 의혹 = 강남의 대표적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 매매를 통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기고도 재산 신고에는 누락했다는 의혹도 쟁점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자의 장인이 샀다는 경기도 분당 토지 투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 땅은 2000∼2001년 이 후보자 장인과 장모가 2억6천만원에 사들였고, 후보자 부인에게 증여된 2002년 무렵 2배 상당으로 올랐다. 2011년 후보자 차남에게 다시 증여된 시점에는 1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당시 주변 13개 필지가 동시에 거래됐고, 토지 계약자 중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의 자녀 3명, 중견기업 회장 등이 포함돼 있어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사들인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차남은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박사 논문 표절했나 = 1994년 단국대 행정학과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정책집행에서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경찰공무원의 사례를 중심으로'가 표절 의심을 받고 있다.

논문 곳곳에서 1984년 발간된 책 '정책학원론'에 실린 문장이 별도 인용표시 없이 거의 그대로 인용됐으며, 소제목과 목차 순서도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석사학위 논문인 '은행원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에 실린 내용도 인용 표시 없이 사용됐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의혹과 달리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이 후보자는 "20년이 넘은 논문을 지금의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지적이 맞을 수 있다"고 한발짝 물러선 상태다.

●여 "청문회서 소명해야" vs 야 "총리 부적격" = 새누리당은 아직 의혹 단계인 만큼 청문회를 통해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새누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언론 보도만 보면 말이 거칠게 나왔는데 일단 이 후보자가 이에 대해 사과를 표명했다"면서 "실제로 이 후보자의 인식이 그러한지, 아니면 편한 자리에서 격의 없이 나온 얘기가 부풀려졌는지 청문회에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그동안 제기된 병역, 재산 문제 역시 이 후보자의 입장을 들을 기회가 적었던 만큼 청문회장에서 발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청와대의 쇄신 카드로 나온 이 후보자가 이미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자가 언론인들을 상대로 협박에 가까운 넋두리를 늘어놓은 것을 본 국민이 혀를 차고 있다"며 "아무리 급하다고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 못한다면 총리 후보자로서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이 후보자에 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과거 원내 협상 파트너였던 점을 감안해 명확한 해명을 촉구하는 선에서 공세 수위를 조절했지만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