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나

너무 바뻐 힘든 속도로 여기까지 왔다 그녀

내소사 대웅보전 색바랜 꽃살무늬 창틀에 마음을 기대어

부처의 가피를 눈빛으로 비는 걸까 그녀

귓바퀴 안 시끄러운 귀울음도 잠시 잠잠한 걸까 그녀

몇 번 울음 울다 그친 내 귀울음이

스물 네 시간 불면을 뒤척이다 깜빡 잠든

어느 날의 같은 시각이었을지도 모를 그녀

몸도 마음도 쇠하여 여윈 그녀

약하디 약한 애기등나무 뿌리도 붙잡고 싶지 않은

그녀의 정신을 꼿꼿이 바로 세우고

웅웅웅-, 귀울음 저무는 계곡물에 떠내려 보낸다

발우에 경내 향 맑은 고요 한 그릇 떠 그녀의 귀를 씻고 내 귀를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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