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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조합장이 뭐 길래 <지영수>
데스크 칼럼 - 조합장이 뭐 길래 <지영수>
  • 지영수 기자
  • 승인 2015.02.08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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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수 취재부 부국장
지영수 취재부 부국장

‘금품·향응을 제공받은 조합원이 자수할 경우 최대한 선처해 드리겠습니다.’
충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논산시 노성농협 앞에 내걸었던 현수막이다. ‘1월 31일’이라는 자수시한까지 박아 놓았다. 이 현수막은 지난 1월 22일 구속된 김모(여·56)씨 사건과 관련해 걸렸다.
검찰은 조합원이나 조합원 가족에게 조합원 가입비(출자금) 명목 등으로 1인당 20만~100만원씩 모두 6000여만원의 금품을 돌린 혐의로 노성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김씨를 구속했다.
하지만 김씨는 누구에게 돈을 줬는지는 밝히지 않아 선관위가 자수 권유에 나섰다.
최대한 선처를 하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고 방송 차량까지 동원해 금품수수 사실을 자진 신고토록 권유하는 웃지 못 할 풍경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자수 시한을 넘길 경우 받은 돈의 10~50배,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자수하면 과태료가 없다고 회유를 해 50명이 자수하고 돈을 반납했다고 한다.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150여명으로 이들이 모두(자수자 제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과태료가 받은 돈의 최고 50배로 무려 30억원에 이른다.
겨울철 한적한 농촌마을이 농협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돈 봉투사건으로 인해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성인인구 3800여명에 불과한 곳에서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돈 봉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초상집으로 변한 것이다.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내야 할 판이니 대부분 고령인 이들 주민이 무슨 수로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오는 3월 11일 실시하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다가오면서 전국 곳곳에서 돈 봉투가 뿌려지고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혼탁 과열 양상이다.
이번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는 농·축협 1117곳과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 등 전체 1328곳에서 치러진다,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은 280만8000여명에 달한다.
출마 후보자만 4000여명이나 돼 이들이 한꺼번에 선거전에 나서면서 검·경과 선관위 등에 초비상이 걸렸다.
전체 조합장을 동시에 뽑는 건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제각각 치러지던 선거를 통합해 관리하면 부정 시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합장이 선거에서 금품을 뿌리는 이유는 임기 4년 동안 막강한 권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조합장이 되면 1억원 상당의 연봉을 받고 직원 인사권을 갖는다.
싼 이자로 융자되는 각종 지원금 집행과정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농어민들은 시장·군수보다 조합장의 ‘한 말씀’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매번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너도나도 조합장 선거에 매달리는 이유다.
들뜬 분위기 속에 친인척이 대거 모이는 설 연휴 때 부정선거가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끝까지 가다가는 선거가 끝난 뒤엔 무더기 형사처벌과 당선 취소가 잇따르면서 더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 우려된다.
우리 선거문화가 50년 전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제도는 상당부분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 우선 후보자들이 합동토론회·정책설명회를 할 수 없도록 막아 놓은 법부터 바꿔야 한다.
조합장선거는 조합원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선거로서 유권자가 한정돼 지방선거나 총선 등 다른 선거와 달리 정견이나 정책을 중심으로 후보자를 선택하기 보단 학연·지연·혈연 등에 의한 조합 내 연고를 중심으로 투표하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금품이 오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후보자들과 유권자인 조합원들이 바로잡아야 과제다.
돈으로 당선되면 조합을 운영할 때 조합원 이익보다 뿌린 돈을 회수하는데 관심을 두게 되는 사실을 조합원 스스로 깨닫고 깨끗하게 조합장을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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