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화합 의지" vs "당원 자존심 무너뜨린 것"

▲ 문재인 대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동양일보) 새정치민주연합의 사령탑이 된 문재인 대표가 9일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산업화 시대를 부정한다"는 시비를 말끔히 털어내는 한편 중도층을 껴안으면서 당의 외연 확장 노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묘역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묘역의 참배 여부를 둘러싼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고 화해와 통합 정신을 강조했다.

아울러 "진정한 국민통합은 가해자 측이 잘못을 반성·사과하고 피해자를 위로해서 피해자가 용서하는 마음을 가질 때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를 '가해자'로 규정하면서 결자해지의 공을 넘긴 셈이다.

문 대표는 "국론분열을 끝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과거사 포용과 화해 시도에 나섰지만 일부에서 반발이 터져나오면서 다소 빛이 바랬다.

현충원 참배 후 열린 문 대표 체제의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이 된 이 자리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은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행보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문 대표를 겨냥, "국민 화합 차원에서 대선국면에 필요한 행보는 천천히 해도 된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민주주의 말살, 대선 부정을 저지른 정권에서 사과와 반성이 없는데 또 하나의 박근혜라 할 수 있는 박정희 묘역을 참배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대선을 준비하는 문 대표로선 참배할 수 있지만 첫 일정으로 잡는 건 당원 자존심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현충원 행사에 참석했지만 묘역에는 가지 않았고, 유 최고위원은 아예 현충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당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놓고 사사건건 진보 강경파와 충돌했던 중도파에서는 "포용과 화합으로 나아가겠다는 매우 진전된 행보"(이상민)라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문 의원의 대선 경쟁자인 비노 진영의 안철수 의원도 현충원 행사에 참석했고, 그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묘역에까지 동행했다. 안 의원이 계파 이해관계를 떠나 문 대표 지원에 나섰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처럼 묘역 참배 문제를 두고 분열상이 노출되자 '문재인호'가 시작부터 해묵은 노선 갈등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전대 직후 마련된 비공개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사전에 일정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 대표가 이날 오후 효창공원을 찾아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 안중근 의사 등 독립투사와 임시정부 요인 묘역을 참배한 것도 불필요한 당내 갈등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문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법통은 임정에 있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에 임정과 백범에 대해 여러 폄하하는 일이 되풀이돼 가슴이 아프다"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해 효창공원 일대를 민족과 독립의 성지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늘 의견이 다양하다. 그게 야당의 특성"이라면서도 "큰 틀에서는 대승적으로 진영논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문 대표의 행보에 공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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